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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원고] 재앙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ABC

[기획원고] 재앙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ABC
 
완연한 가을이다. 아침 공기는 이제 적당히 서늘하다. 코로나19와 더불어 벌써 네 번째 계절이다. 이제 석 달 뒤면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맞닥뜨린 지 만 1년이 된다. 그 시간 동안 우린 이 바이러스와 바이러스가 초래하는 질병의 엄혹함을 지겹게 학습했다.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한 초등학생들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김새를 안다.
 
[기획원고] 재앙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ABC
 
기후변화는 코로나19보다 훨씬 크고 중대한 문제이지만,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우린 대체로 무지하다.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통상 65~80퍼센트가 20~200년에 걸쳐 바닷물에 녹고 식물에 흡수된다. 나머진 수백에서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진다. 이 글을 쓰고 읽기 위해 사용한 전기를 석탄발전으로 만들었다면, 석탄이 타는 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는 앞으로 수백 년 지구 대기를 떠돌며 기온을 끌어올리게 된다. 당장 우리 행위가 향후 수백 년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구 평균 기온은 무려 1만2천년 동안 일정했는데, 인류가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한 지난 100여년 동안 1도가량 올랐다. 역시 그 100여년 동안 인류가 만들어낸 온실가스가 기온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다. 눈부신 성장의 시린 부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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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수치는 통상 공기 분자 100만개 중 이산화탄소가 몇 개인지(ppm)로 표기한다. 산업화가 시작될 때 280ppm이었다. 1958년 하와이 마우나로아 산에서 처음 측정했을 때는 315ppm이었다. 350ppm을 넘은 건 1986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소장을 지낸 세계적 기상학자 제임스 핸슨은 2008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 수준에서 관리돼야 한다며 ‘마지막 경고’라는 광고를 각국 주요 신문에 냈다. 그해 수치는 385ppm이었고, 그 5년 뒤인 2013년 400ppm을 넘었다. 요즈음은 410ppm을 웃돌고 있다.
[기획원고] 재앙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ABC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기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본다. 이 '돌이킬 수 없다'함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다. 얼어 있을 때 거울 구실을 해 햇빛의 90퍼센트를 반사하는 빙하는, 녹아서 물이 되면 반대로 햇빛의 90퍼센트를 흡수한다. 빙하가 사라지면 지구 기온 상승은 가속도가 붙는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에 얼어 있는 메탄가스도 가속을 부추긴다. 메탄은 대기 중 12년만 지속하지만,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4배 이상 강력하다. 빙하가 사라지고 영구동토가 녹으면 인류의 힘으로 상황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재앙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수치를 450ppm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의 45퍼센트로, 다시 2050년 순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가 합심해도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다.
 
[기획원고] 재앙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ABC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 해 7억t 수준까지 늘었다. 1990년 2억9220만t에서 2000년 5억290만t, 2010년 6억5630만t으로 늘어왔다. 지난해엔 7억280만t(잠정치)을 기록했다. 2018년보다 3.4퍼센트가 줄었는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금까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로 경제가 크게 고꾸라졌던 1998년에 14퍼센트 줄었고, 2014년 0.8퍼센트가 준 게 전부다.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미세먼지로 인한 석탄발전 감발 덕이다. 2018년보다 2490만t이 줄었는데, 이 중 1960만t이 발전·열생산 부문에서 줄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로 가동 중단과 발전 제약을 하며 석탄발전량을 4.8퍼센트 줄인 덕이다. 석탄을 덜 때서 공기도 깨끗해지고 온실가스도 줄였다. 관건은 앞으로도 이 추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코로나19로 역성장이 예상되는 올해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는 멈추거나 줄 가능성이 크다. 두 해 연속 준다면 기록적인 일이다.
 
다만 유럽 등 앞선 나라들처럼 지속적 감소 추세가 될지는 지켜봐야한다. 일시적인 석탄발전 줄이기나 팬데믹의 효과일 뿐, 에너지 전환 같은 구조적 노력이 축적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 정부에서 허가된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새로 지어진다. 현재 정부 계획대로면 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2050년 이후에도 이 발전소들이 살아남아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린 시절을 코로나19로 기억할 아이들에게 또다시 재앙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서둘러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기용 한겨레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 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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