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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원고] 에너지 전환의 첫 걸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1) 소통

[기획원고] 에너지 전환의 첫 걸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1) 소통

올해는 온갖 이상 기상 현상의 ‘총집합’과도 같았습니다.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이들, 혹은 기후변화를 부정하진 않지만 “아직은 먼 미래다”라고 생각하던 이들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마주하게 된 거죠. 그간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놓고 ‘소통의 어려움’이 지속되어 왔는데, 한순간에 비로소 ‘심각하다’, ‘시급하다’는 시그널이 모두에게 닿은 듯합니다. 모두가 경험한 ‘이상(異常)의 일상(日常)화’였지만 한 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오는 겨울은 우리의 ‘옷장 정리’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겨울 답지 않은 겨울이었습니다. 그저 느끼기에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통계상으로도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죠.

지난 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의 평균기온(3.1℃), 최고기온(8.3℃), 최저기온(-1.4℃) 모두 역대 최고였습니다. 평년보다 2℃ 넘게 높았는데요, 당연히 한파일수 역시 0.4일로 평년보다 5.1일 적은 ‘역대 최단’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역대급 겨울’ 가운데 가장 이상(異常)했던 달은 1월이었습니다. 한겨울이 무색하게 한파일수로 기록된 날은 단 하루도 없었고, 평균 최저기온은 고작 -1.1℃였습니다. 평년보다 무려 4.5℃나 높았던 겁니다. 평균기온은 2.8℃로 평년보다 3.8℃도 높았고, 평균 최고기온은 7.7℃로 평년보다 3.4℃ 높았습니다.

그러더니 봄도 여름도, 기온은 ‘널뛰기’를 하며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3월엔 역대 두 번째로 따뜻한 기온(평균기온 7.9℃)을 보이더니 4월엔 역대 다섯 번째로 쌀쌀한 날씨(평균기온 10.9℃)가 찾아왔죠. 그러더니 5월엔 다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평균 최저기온 12.8℃)을 기록하며 우리가 일찌감치 ‘폭염 걱정’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5월부터 찾아온 온기에 ‘가장 더운 6월(월 평균기온, 평균 최고기온, 폭염일수 1위, 평균 최저기온 2위)’이 이어져 모두가 ‘역대급 폭염’을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를 찾아온 것은 ‘역대급 장마’와 내륙을 강타한 ‘태풍’이었습니다.

제주에선 6월 10일 시작한 장마가 7월 28일까지 49일간 이어지며 먼저 ‘역대 1위’ 기록을 세웠고, 중부지방도 이어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54일,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습니다. 거의 7월 내내 장마를 거치면서 올해 7월은 6월보다 기온이 더 낮은 ‘역전 현상’이 벌어졌죠. 오랜 기간 세찬 비가 몰아치며 역대 두 번째로 장마철 전국 강수량(686.9mm)이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여름철 전체의 강수량은 1007mm로 3위, 강수일수도 45.8일로 4위, 상대습도는 81.1퍼센트로 2위에 오를 만큼 ‘강수’로 점철되는 여름이 됐죠.

장마로 입은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 잇따라 태풍이 한반도 곳곳을 강타했습니다. 8월 초, 제5호 태풍 장미를 시작으로 8월 말, 제8호 태풍 바비는 한반도 서쪽을, 제9호 태풍 마이삭은 동쪽을 강타했고, 9월초엔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8월말~9월초 거의 매주, 우리는 태풍에 시달리는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안 그래도 ‘예년 같지 않다’ 싶었던 올해 날씨였는데,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정말 심각하긴 하구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월요일 <[박상욱의 기후 1.5]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를 연재중입니다만, 50번의 연재에도 부족하구나 싶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구가 직접 나서서 ‘과격한 소통’에 나서니 단번에 모두가 체감하고, 공감하게 됐습니다.

변화를 부르는 데에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바로 ‘소통’입니다. 이 소통의 역할은 저와 같은 언론인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시민사회와 각 구성원, 정부 부처 등 우리 모두의 역할이기도 하죠. 잔뜩 순화해서 ‘지속가능한 미래’, 과격하게 표현해서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린 기후변화 대응에선 더더욱 다층적인 소통이 중요해집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가장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전환’에서도 당연히 소통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금의 석탄화력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변화하는 ‘에너지 전환’에서도, 지금의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변화하는 ‘모빌리티 전환’에서도 말이죠.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이 부분에 있어 우리나라의 소통은 ‘아직’인 듯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먼저 ‘석탄’에 대한 소통 부재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8월, 한국갤럽에 의뢰한 ‘기후변화 및 석탄발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국의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는데요, “우리나라도 2030년 이전에 석탄발전을 종료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에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혹은 동의하지 않으십니까?”라는 질문에 무려 90퍼센트 넘는 응답자가 동의한다(매우 동의한다 41.5퍼센트, 대체로 동의한다 49.2퍼센트)고 답했습니다.



[기획원고] 에너지 전환의 첫 걸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1) 소통
<자료 : 녹색연합>


‘2030 탈석탄’에 대한 긍정 반응이 이처럼 높았다는 점은 사뭇 놀라울 정도입니다. 매번 신속한 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반대하는 이들은 “급격한 변화는 시민들도 원치 않는다”고 답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 59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7기가 추가로 건설 중이라는 사실을 오늘 이전에 알고 있었습니까, 혹은 모르고 있었습니까?” 이 질문에 “모르고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78.2퍼센트에 달한 거죠.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오명을 갖게 된 ‘해외 석탄 투자’에 대한 응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을 비롯해 국내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사실을 오늘 이전에 알고 계셨습니까, 혹은 모르고 계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8퍼센트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들어본 적 있다” 정도인 이들도 33.3퍼센트에 이르렀고요.
 
 
[기획원고] 에너지 전환의 첫 걸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1) 소통
<자료 : 녹색연합>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여실히 드러나는 항목은 또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 석탄 투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답변이 나온 겁니다. 분명 ‘2030 탈석탄’에는 절대 다수가 동의를 했음에도 말이죠.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석탄 투자 중단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중단 의견이 아닌 목소리도 절반에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가 중단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기관이 결정할 문제다”라는 의견도 33퍼센트로 적지 않았고,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가 계속 되어도 된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의 한전의 투자 강행을 꽤나 강하게 비판한 언론인 중 한 사람이었고, 단순히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예비타당성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경제적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크다고 여러 차례 지적을 해왔던 언론인 중 한 사람이었는데… ‘2030 탈석탄’ 답변을 보고 한껏 설렜다가 ‘석탄 투자’ 응답 결과를 보고 저의 노력이 부족하고 미약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습니다. 석탄발전의 지속가능성 문제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전환의 방법과 시점 등 ‘현재 기준’에선 여러 이견이 있다는 것을요.

‘소통’의 아쉬움은 재생에너지의 확대 움직임에서도 나타납니다. 당장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향한 부정적인 목소리엔 ‘가짜 뉴스’가 뒤섞여 있기도 하죠.

새만금 지역에 태양광 발전단지를 만들려 하자 “군산 비행장의 미군 조종사들이 반사광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반사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의 원리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혹은 알렸다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 겁니다.

말 그대로 빛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태양광 패널입니다. 눈을 못 뜰 정도로 빛이 반사된다면, 이는 그만큼 에너지를 못 만드는, 비효율적인 패널이라는 소리죠. 태양광 패널의 반사율은 5퍼센트대에 불과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당장 벽에다 흰색 페인트만 칠해도 빛의 반사율은 70~90퍼센트에 달합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붉은 벽돌도 10~20퍼센트고요.

또 한 가지 자주 등장하는 오해는 바로 ‘중금속 덩어리’라는 표현입니다. 현재 태양광 패널의 주재료는 실리콘입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실리콘은 규소와 산소가 결합한 물질이죠. 실리콘으로 만든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면 당장 다수의 성형수술은 ‘중금속 수술’이었어야 할 겁니다. 물론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중금속이 ‘0’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가짜뉴스겠죠. 우리가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속 ‘납땜’은 태양광 모듈에도 마찬가지로 쓰입니다. 회로기판 속 납 말입니다. 태양광 모듈의 납이 우려스러울 정도라면 당장 집 안의 가전제품 다수도 집 밖으로 내던져야 할 겁니다.

올해,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와 잇따른 태풍에 태양광 발전은 ‘산사태 유발’ 문제로 연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습니다. 산사태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것이죠.

7~8월, 전국에서 산사태 피해는 6157곳에서 잇따랐습니다. 피해면적만도 1343만㎡에 달했는데요, 이중 과연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곳은 몇 곳이었을까요. 6157곳 중 27곳, 면적으로는 3만 6369㎡였습니다. 전체 산사태 중 태양광이 연관된 경우는 불과 0.4퍼센트였고, 피해면적으로 따져도 0.3퍼센트가 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전국 태양광 발전시설 가운데 산지에 자리잡은 곳은 1만 2923곳인 만큼, 산에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중 산사태 피해를 입은 곳의 비율은 0.2퍼센트로 더 줄어듭니다.

이러한 ‘객관적 수치’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은 산사태 주범’이라는 언론 보도와 국회의원실의 국감자료 발표는 잇따르고 있습니다. “산림청이 12곳에 불과하다며 축소했다”고, “알고보니 그의 2배를 넘는 27곳이었다”라면서 말이죠. 산사태로 인한 농가 피해를 우려하는 기사였고, 국회의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99.6퍼센트의 산사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분석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소통의 아쉬움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에도 산지에 지어진 태양광 발전시설 99.8퍼센트가 어떻게 안전할 수 있었는지, 이를 알리는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겁니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주장하는 곳도 시민사회 주도의 환경단체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을 놓고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환경단체인 점도 소통의 문제가 나타나는 지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명 “재생에너지 해야 합니다”라는 목소리는 어디선가 아련하게 울려퍼지고 있는데, 우리들의 귀에 들려오고 있는데, 그 어떤 변화의 움직임을 목격하긴 어렵습니다. 정부도, 정치권도, 기업도, 시민사회에서도 말이죠.

그러는 사이, 독일에선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석탄을 앞질렀습니다. 미국의 애플은 자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100퍼센트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애플 제품의 탄소발자국 중 76퍼센트는 하청업체 또는 협력업체가 내뿜는 탄소고요. 기후변화가 더 이상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의 한낱 우려가 아닌 현실인 것처럼, 재생에너지도 더 이상 공허한 정책, 공약이 아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먼 미래’로 남아있는 재생에너지, 이는 잘못된 소통에서 비롯된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올바른 소통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박상욱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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