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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원고] 국제 무역의 새로운 키워드, 탄소

국제 무역의 새로운 키워드 탄소
ⓒ셔터스톡


기후위기로 말미암아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가 추진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었는데요, 유럽연합은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유럽의회 환경위원회가 유럽연합에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탄소국경세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세는 석유·석탄 같은 각종 화석연료 등의 탄소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환경세의 일종입니다.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입할 때 부과하는 무역 관세를 말합니다.

탄소국경세 논의의 시작은 유럽이었지만, 미국 역시 202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에 대해 추가 관세를 물리는 제도 시행을 예고하였습니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의 국제 무역 규범은 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환경문제를 경제와 국가 경쟁력 강화로 연계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탄소국경세, 기후위기 대응하면서 보호무역 역할도

유럽연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 농업,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 규제를 마련하여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는데요, 탄소세를 부과하면서 자국 생산 제품이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들의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이 탄소 비용이 낮은 국가로 빠져나가는 기업 유출에 대한 우려도 생겼습니다. 이에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모색합니다. 국가 간 탄소비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무역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방식의 ‘탄소국경세’라는 제도를 고안해 2018년 관련 법안의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국제 무역의 새로운 키워드 탄소
유럽 위원회는 탄소국경세를 시행하는 경우 연간 50억~140억 유로 규모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셔터스톡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거두어진 세금은 다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사용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탄소 관련 무역 정책이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보호무역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는데요, 친환경 제조 기술이 발달한 국가가 값싼 노동력을 내세운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는 무역장벽 역할을 함으로써 국제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한국은 어떨까?

그렇다면 탄소국경세가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국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약 40% 정도로, 미국(10%), 일본과 중국(약 18%)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무역 국가입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은 다른 국가들의 규제 변화 등 국제 교역 조건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 전체 전력 발전량 중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이 높은 점도 걸림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3020’과 ‘그린뉴딜’ 같은 정책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조업 위주로 구성된 한국의 산업 구조상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석탄발전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탄소국경세가 도입되고 국가 간 교역 산업에서 내재된 탄소발자국을 고려할 경우 한국 수출 기업들이 입을 타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국제무역의 새로운 키워드 탄소
2019년 기준 국내 석탄발전 비중은 41.5%로 미국 23.6%, 일본 30.9%, 독일 28.2% 등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뉴데일리경제


국내 주요 수출 산업에 타격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회계·컨설팅 회사인 EY한영에 의뢰해 작성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이 해마다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6,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규제가 강화되는 2030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조 8,700억여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수출업종 중에서는 특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철강, 석유화학 분야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유럽국가와의 수출에서 철강 산업은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 석유화학은 5% 이상을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철강업계 평균 수익률이 약 10%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탄소국경세는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요 수출업종인 자동차, 조선, 의약, 통신 등 분야도 예외는 아니며, 화석연료를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수송 부문의 해상 운송과 항공 운송 등도 탄소 절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제무역의 새로운 키워드 탄소
탄소국경세는 모든 탄소집약적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 부과하기 때문에 과세 대상 기업은 매우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시스


이처럼 국제 무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지난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 발표하고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려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주요국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국제 교역 환경의 변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이제 전 세계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저탄소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로 탄소 무역 규제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녹색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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