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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원고]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④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병, 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되다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④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병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되다

 

글 이지현 칼럼니스트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이제껏 인류가 걸어왔던 과거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기후변화가 문명에 영향을 준 여러 사례를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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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09939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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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아일랜드공화국(Republic of Ireland)은 1921년 영국-아일랜드 조약(Anglo-Irish Treaty)’을 체결(1922년 유효화)함으로써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아일랜드 섬의 32개 군 중 6개 군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로 분할되어 완전한 독립에 실패한 비극적인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아일랜드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슬픈 민족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8세기부터 11세기까지는 바이킹족의 침략을 받았고그 후에는 잉글랜드의 침공을 받아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정식 독립할 때까지 공식적인 식민지 기간은 대략 400년이지만, 1172년 헨리 2세에 의해 더블린이 함락되었던 시기를 포함하면 아일랜드는 거의 800년간 독립을 쟁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1916년 이후 1922년까지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은 독립전쟁으로 발전하였고, 32개 주 가운데 26개 주가 독립을 쟁취한 후 아일랜드공화국이 되었습니다wikipedia

 

 

아일랜드의 현재 모습은 과거의 비극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에 꼽히기도 하였으며 낮은 실업률과 정치적 자유안정된 공동체를 유지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997년부터 시작된 메리 로빈슨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계기로 경제성장률이 11%를 넘으며 급성장 했고현재 아일랜드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아일랜드를 지배했던 영국보다 높은 상황입니다출산율도 여성 1인당 1.99명으로 유럽연합 내에서 가장 높고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인구 증가율도 높은 편입니다유럽연합의 통계 사무소에 해당하는 유로스태트(Eurostat)의 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총 인구는 2019년 기준 490만 명으로,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연합 내 인구 증가율 순위에서 4(40.6% 증가)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과거 19세기 중반에는 무려 800만 명에 이르기도 했습니다최근의 인구 증가율을 감안하면 아일랜드의 인구 변화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아일랜드의 이러한 인구변화는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영국의 국제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2004년 살기 좋은 나라를 설문했는데요조사 대상인 111개 나라에서 아일랜드가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visitdublin

 

 

특히 아일랜드 역사를 얘기할 때 과거 사람들의 주요 식량이 되었던 감자는 빼놓을 수 없는 작물입니다아일랜드에서 본격적인 감자 농사가 시작된 시기는 17세기부터입니다아일랜드의 농지 대부분은 지주들 소유로생산된 귀리와 밀 등의 농산물은 대부분 영국으로 반출되었습니다지주 소유의 땅을 제외하고 남은 땅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이에 면적 대비 수확량이 많을 뿐 아니라 재배 적응력이 뛰어난 감자는 아일랜드 농가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감자는 아일랜드의 오랜 기근을 막는 작물로 자리 잡았으며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 등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하자 농가의 이익은 점점 늘어났습니다감자 경작지는 계속 확장되었고풍부한 식량으로 18세기 초반 200만 명이었던 아일랜드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감자는 1600년대 초반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해졌습니다해안가부터 고산지대까지 경작이 가능한 감자는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강수량도 많은 아일랜드에 적합한 작물이었습니다오르세미술관

 

 

하지만 1845년 유럽의 기후변화는 아일랜드에 큰 재앙이 되었습니다. 당시 북미전역은 감자잎마름병(potato blight)으로 알려진 균에 여러 해 동안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감자잎마름병에 걸린 감자는 잎 끝과 줄기에 짙은 반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후 감자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내부 역시 짙은 갈색으로 변하며 썩기 시작합니다. 북미의 상황은 심각했지만 같은 시기 유럽에서는 감자잎마름병이 크게 번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온난한 유럽의 여름 기후가 감자잎마름병의 증식을 막아왔던 것인데요, 1845년 초여름, 유럽은 전례 없는 기후변화를 맞이하였습니다, 10주가 넘게 습도가 90%를 넘을 만큼 비가 많이 내리고, 습기를 머금은 남풍이 불었습니다. 감자잎마름 병균은 포자 상태로 잎에 증식하다 10℃ 이상, 습도 75% 이상인 상태가 이틀 정도 지속되면 작물 전체로 퍼지게 됩니다. 특히 포자가 비에 씻겨 땅에 스며들거나 바람에 날려 이동하게 되는데요, 덩이줄기에 감염한 채로 겨울을 날 수도 있습니다. 

 

1845년 여름, 대서양 부근의 저기압이 강력하게 발달하면서 유럽 일부 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감자잎마름병이 번지며 감자 수확량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감자에 번지는 황갈색 반점과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농민은 거의 없었습니다. 병든 감자는 고랑에 그대로 버려져 포자 이동을 도왔습니다. 또, 전례없이 온화했던 가을, 겨울이 오자 겉으로 보기에 멀쩡했던 감자마저도 창고에서 썩어갔습니다. 다음 해인 1846년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중부 유럽에 머문 강력한 고기압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상공의 저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아일랜드의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고, 습도도 높았습니다. 새로 파종한 종자는 이미 포자에 감염된 상태였고, 병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되자 감자잎마름병은 빠르게 번졌습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감자 외에도 다른 작물을 다소 재배하고 있었기에 전해의 흉작을 어렵게나마 넘어설 수 있었지만, 감자가 거의 유일한 식량이었던 아일랜드 전역은 감자잎마름병의 직격탄을 맞았고 수확량은 4분의 3 이상 감소했습니다. 비극은 무려 5년간 이어졌습니다.

 

 

 


리파강 동쪽 더블린 항구에는 아일랜드에서 지속되었던 감자 대기근 관련 동상이 세워져있는데요, 굶주린 아일랜드인의 고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있습니다. ⓒwikipedia

아일랜드 대기근(Great Famine)으로 백만 명 이상이 아사하거나 전염병으로 죽었고, 대략 백만 명 가량이 아일랜드를 떠났습니다. 800만이 넘었던 아일랜드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였고, 감자잎마름병이 잦아든 이후에도 아일랜드인의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일랜드 곳곳의 마을은 폐허로 변하고, 이민을 위해 떠난 아일랜드인 대다수는 역시 감염된 역병을 이기지 못하고 배에서 죽었습니다. 

 


 

아일랜드의 대기근은 19세기에 발생한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기후변화가 기근과 곤궁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문명은 농업생산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엘스워스 헌팅턴(Huntington)박사가 발표한 ‘인종의 발달에서 무시된 요인(A Neglected Factor in Race Development)’ 논문에 따르면 유럽이 흉작이고 아메리카가 풍작일 때는 유럽대륙으로부터의 이민이 크게 늘었고, 반http://대로 아메리카가 흉작이고 유럽이 풍작인 기간에는 이주율이 낮아졌습니다. 이는 인구의 이동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미인데요, 이처럼 세계 역사의 굵직한 사건 이면에는 기후변화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자료

 


기후의 문화사_볼프강 베링어 (공감in)

기후와 역사_H.H 램(한울아카데미)

역사와 기후의 충돌_로스쿠퍼 존스턴(새물결)



https://www.sedaily.com/NewsView/1L05WKM8VI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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