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고] 소형모듈원전(SMR)이란 무엇일까요?

소형모듈원전(SMR)이란 무엇일까요?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을 움직이는 잠수함은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높은 압력을 버티는 잠수함의 모습은 특별한 장치 없이도 보는 이의 심리적인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잠수함이 배기가스, 엔진 소음 등을 노출하지 않고 잠항을 통해 적진에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동력은 원자력인데요, 잠수함에 설치된 원자로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만들게 됩니다. 이 기술을 민간 발전용으로 전용한 것이 소형모듈원전(이하 SMR, Small Modular Reactor)입니다.

 


1954년 진수된 미국의 노틸러스함은 세계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입니다. 

기존의 디젤 잠수함보다 해저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어 

기존의 잠수함이 갈 수 없었던 북극점까지 도달하였습니다. ⓒWikipedia

 

​SMR은 하나의 용기에 냉각재 펌프를 비롯한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담아 일체화시킨 원자로로,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대형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반사적으로 SMR 시장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세계적으로 650~850기의 SMR이 추진돼 시장규모가 약 379조~632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SMR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원자로를 비롯한 기자재의 크기가 작아 차량 이동 및 조립이 용이하고, 건설공기도 절반 정도로 짧습니다. 지역 단위의 분산전원에 적용 가능하다는 의미지요. 또, 필요한 만큼 모듈을 묶어 공급할 수 있어 예산 규모에 맞게 개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입지 활용도 역시 대형 원전에 비해 높은 편인데요, 기존의 대형 원전은 가열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해안이나 큰 강가 등 물을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SMR은 자연순환이나 공기를 이용한 수동냉각방식이 가능하여 다양한 곳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크기 역시 기존의 대형 원전에 비해 약 1/50~1/100 정도에 불과하여 방사능 유출 사고시 대응조치가 필요한 구역인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범위를 축소할 수 있습니다.

 


SMR의 크기는 약 폭 4.6m, 높이 25m로 별도의 격납건물이 불필요하고 1기당 건설비용은 대형 원전의 

건설비용인 4조~5조원의 20~25%인 1조원 정도입니다. ⓒdonga

 

​반면 SMR의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SMR에서 발생된 증기는 대형 원전과 비교하면 온도가 낮습니다. 온도가 낮은 증기는 터빈의 발전 효율을 낮추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므로, 연료당 발전량은 대형 원전에 미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SMR 역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원자력발전의 근본적인 문제점, 즉 방사능 유출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과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방사성폐기물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성원소를 연료로 사용하므로 운전 과정에서 다양한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방사성물질을 다루는 과정에서 사용한 방호복이나 장갑, 각종 도구는 물론이고, 원전 연료가 타고 남은 재인 ‘사용후핵연료’도 방사성폐기물에 포함됩니다. 현재로서는 땅속 깊은 곳에 묻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인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보관할 수 있는 처분장이 없어서 원자력발전소 내에 임시 저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임시 저장시설도 포화를 앞두고 있어 원전 가동에 따라 향후 발생할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경주 월성원전은 올해, 한빛원전은 2026년에, 고리원전은 2027년에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된다고 합니다. SMR은 소규모로 건설되므로 임시 저장시설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운 만큼,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한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세계 SMR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해군의 잠수함과 항공모함의 추진에 원자력을 활용하면서 SMR 관련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왔던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SMR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기업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손잡고 SMR 건설 계획을 밝히면서 SMR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계 개념상, 소형 원자로는 전력 소비지에 가까운 곳에 설치하기 좋습니다. 이런 곳은 당연히 산업시설이나 주거용 건물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 원자로를 설치한다면 작은 고장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안전에 신경쓴다고 해도 방사성물질을 다루는 원자로의 특성상 아주 작은 사고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기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현재의 SMR은 좁은 잠수함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100%의 안전성’이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SMR을 사용할 때는 2중, 3중의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 여러 나라는 원전사고 발생을 대비하여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 크기의 1/100에 불과하여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범위를 축소할 수는 있지만, 사고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로이터

 

​SMR은 소형이지만 방사능 유출이나 사용후핵연료라는 원자력발전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닌 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SMR 기술 연구개발과 더불어 원전의 후행주기인 해체와 폐기물 관리에 대한 역량 강화가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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