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ument

사막화로 인한 재난, 더스트 볼의 비극 - 기후변화 문명의 붕괴 ⑨ -

사막화로 인한 재난, 더스트 볼의 비극​ _ 기후변화 문명의 붕괴 ⑨

 

* 글 : 이지현 칼럼니스트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이제껏 인류가 걸어왔던 과거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문명에 영향을 준 여러 사례를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해보려 합니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① 기후변화, 4대 문명과 고대 그리스 문명을 견인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09939455)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② 기후변화, 마야 문명을 바꾸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81034977)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③ 기후변화가 가져온 식량위기, 명나라를 몰락시키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07531093)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④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병, 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33417799)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⑤ 기후변화, 현대문명을 불태우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89232488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⑥ 기후변화로 국가 수도가 바뀐다, 물에 잠기는 도시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05193765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⑦ 상승하는 해수면, 가라앉는 삶의 터전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52389127)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⑧ 화산폭발이 야기하는 기후변화, 강수량 감소·곡식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42072926)

 

 

2021년 11월, 나사(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2030년에는 세계의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고, 품종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예측은 머지않은 미래에 식량난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는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제작해 6억 6,7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두기도 하였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67년, 지구는 매우 황폐한 모습입니다. 기상재해로 대기는 뿌옇게 흐려져 있고, 계속된 병충해로 인해 인류 최후의 식량은 ‘옥수수’만 남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실 영화 속 등장한 미래 지구의 모습은 상상이 아닌 1930년대 미국 남부 평원 지역을 강타한 ‘더스트 볼(Dust Bowl)을 참고하여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모래 폭풍에 덮힌 지구의 모습 ⓒ워너브라더스

 

더스트 볼은 직역하면 ’먼지 구덩이‘라는 뜻인데요, 1930년대 초반부터 6년이 넘게 미국의 대평원을 휩쓸었던 흙먼지 폭풍을 의미합니다. 더스트 볼이 휩쓸기 전 미국의 중앙 남부 지역은 축복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푸른 초지로 덮여 있었습니다. 사계절이 따뜻하여 겨울에도 땅이 얼어붙지 않았고, 풍부한 햇빛을 받은 천연 목초는 그 어떤 사료보다 훌륭한 야생 소들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넓은 평야에는 곡식도 잘 자랐습니다. 1894~1895년 갑작스러운 냉해로 세계 곡물 시장이 혼란을 겪은 시기에도 미국은 대풍년을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1930년대가 되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먼지 폭풍이 일면서 비옥했던 토지는 한순간 사막처럼 변했습니다. 

 


황진으로도 불리는 더스트 볼은 극심한 모래폭풍으로 총 1억 에이커(약 40만 4,700㎢로 한반도 면적의 1.8배에 이름)에 달하는 면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Moore

 

 

대부분의 재난처럼 더스트 볼도 전조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닥친 듯 보이지만, 사실 이 습격은 긴 시간 동안 차곡차곡 준비된 재난에 가깝습니다. 1862년 미국 정부는 미개발 토지를 한 구역당 160에이커(약 20만평)씩 제공한다는 내용의 자영 농지법(Homestead Act)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법으로 많은 개척자들이 버려져 있던 대평원을 개간하는 일에 동참했습니다. 쓸모없어 보이던 풀로 가득했던 땅이 농지로 변하자 미국 정부는 자영 농지법을 더욱 확대 시행하게 되는데요, 160에이커였던 공여 토지는 320에이커로 2배 늘어났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도 경작지 확대를 부추겼습니다. 전쟁으로 세계 곡물값이 치솟자 농부들은 앞다투어 땅을 갈아 엎었습니다. 다년생 풀이 가득하던 대평원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풀을 뿌리째 뽑아내고 정리된 농지에는 알곡이 자랐고 토지는 점점 변해갔습니다. 

 

지력(地力)은 작물 생산력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토양에 유효한 양분이 필요하고, 이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토성, 즉 물리적인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요, 더스트 볼이 덮친 지역은 표층이 얕은 편이었습니다. 야생 풀이 가득했을 무렵에는 억센 뿌리가 흙을 고정하고, 수분을 저장하여 지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트랙터가 얇은 표토를 걷어내자 지력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땅의 영양분을 보존하기 위해 윤작을 하거나, 겨울에 자연스럽게 휴지기를 두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 덕에 밀과 목화는 일년 내 내 자라났습니다. 그러나 1930년부터 건기는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강우량이 줄어들고 건조해지면서 표토층은 쉽게 침식되었습니다. 건조한 대기에 노출된 토양은 지력을 잃었고, 흉작이 이어졌습니다. 농기계와 종자를 구입하느라 돈을 빌렸던 농민들은 농가를 버리고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진 농경지를 찾아온 것은 바로 바람이었습니다.

 


1932년부터 시작된 모래 폭풍은 무려 6년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wikipedia 

 

 

미국과 캐나다 북쪽에서 만들어진 광풍은 표층이 말라 갈라진 흙 입자를 순식간에 빨아들였습니다. 흙 입자가 서로 부딪치고 마찰하며 정전하(electrostatic)는 강해졌고, 더 많은 먼지들이 뭉쳐졌습니다. 최대 3km까지 치솟은 모래 폭풍은 오클라호마, 캔자스, 콜로라도, 텍사스 서북부 등의 지역을 덮었습니다. 검은 일요일이라고 불렸던 최악의 모래 폭풍이 지난 곳의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던 농작지는 모조리 말라버렸고, 가축들은 폐가 막혀 질식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래 폭풍은 점점 더 확대되었습니다. 중북부 지역인 시카고는 물론 뉴욕에서도 모래 바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더스트 볼이 휩쓴 지역의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려 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최소 250만 명 이상이 대평원 지역을 떠났습니다. 모래 먼지를 흡입한 탓에 기관지염, 천식, 규폐증과 같은 폐질환을 앓는 이들도 속출했습니다. 

 


앞마당은 물론 농지와 도로는 거대한 흙먼지로 완전히 덮였고, 7,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더스트 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wikipedia 

 

 

미국에서 ’더스트 볼‘이 발생한 때와 지금의 상황이 똑같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상 변화로 수목이 말라 죽고 건조한 나대지가 늘어나는 사막화 현상은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산림 벌채, 개간 등으로 나무와 숲이 사라지고 생태계 파괴가 이어진다면, 2067년 인터스텔라의 모습은 더 이상 상상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 참고자료

 

공포의 먼지폭풍_돈 브라운/두레아이들

 

지력과 화전민의 지혜_한국작물보호협회 농약정보 제 21권

 

버팔로 그래스 없앤 땅을 뒤덮은 모래 폭풍_중앙선데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044477#home

 

자연재해+인재=더스트볼_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1OILKMQQEA

 

농가법에 대해_“About the Homestead Act.” National Park Service. n.d.

https://www.nps.gov/home/learn/historyculture/abouthomesteadactlaw.htm. 

 

먼지그릇_브리태니커.1998_The Editors of Encyclopedia Britannica. “Dust Bowl.” 

https://www.britannica.com/place/Dust-Bowl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_빌 포셋_다산초당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 블로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트위터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