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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칼럼] - 변상근 전자신문 기자 -

[기고] 尹정부, 조화로운 에너지 정책 펼쳐야

 

 전자신문 변상근 기자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을 둘러싼 소동을 그렸다. 천문학과 대학생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에베레스트 크기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하지만 일반 대중은 물론 언론, 정치인조차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무관심하다. 언론과 정치인은 눈앞에 혜성이 나타나기 전까지 혜성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혜성이 하늘에 나타났을 때에도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라’는 진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는 혜성이 시시각각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그 순간에도 정치 대립에 빠진다.

 

아담 맥케이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영화는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 변화 심각성을 은유했다. 영화 ‘빅쇼트’로 미국 사회를 풍자한 그는 이번에도 신랄하게 미국의 상황을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기후위기를 ‘거짓말’이라고 공격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에 뒤처진 미국의 상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여론이 양분화 된 현실을 조목조목 영화에 반영했다.

 

영화가 은유한 것처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세계에서 피할 수 없는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앞서서 기후위기를 논의했고,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기후위기 대응 중요성을 간과하는 듯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다시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실제로는 영화에서 그리는 현실보다 더욱 엄중하게 기후위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세계 기후정상회의를 주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White House​ 

 

대표적인 예로 유럽연합(EU)을 필두로 미국, 일본 등은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행렬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면서 국제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선언의 의미도 있다.

 


2018년 제1차 P4G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각 회원국의 대통령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코펜하겐 행동 선언’이 채택되었습니다. © 청와대​

 

다만 우리나라는 오는 5월 윤석열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에너지와 기후 정책 또한 대대적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전 최강국 건설’ 등을 공약하면서 기존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변화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에너지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5월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각을 세우고 대대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기후위기 대응 방식 또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태양광을 위주로 보급된 재생에너지 보급은 이제 더 이상 힘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부는 맞는 주장으로 보이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도 생각보다 ‘발전 믹스’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 발전량이 상승해 기저전원으로서 역할을 하겠지만 재생에너지도 원전과 함께하는 보조 발전원으로 기여할 것이다.

 

윤 당선인 또한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기후위기 대응 중요성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세하게 뜯어보더라도 원전 확대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조절하겠지만,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오는 5월 공식 출범하면 영화 ‘돈 룩 업’에서 풍자한 현실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또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경쟁 에너지원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에너지원으로 생각해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했지만 그 과정에서 원전을 무리하게 감축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윤 정부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조화로운 에너지정책 설계와 함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설득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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