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위의 새로운 태양? 핵융합에너지

핵융합에너지의 새로운 이정표

 

글_이형석 과학 칼럼니스트

 

2022년 2월 유럽으로부터, 별을 빛나게 하는 꿈의 에너지를 인류의 손에 넣는 미래가 한발 더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연구 성과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핵융합에너지’인데요, 영국 옥스포드셔 컬햄 지역에 위치한 합동유럽토러스(JET) 연구소는 2월 9일,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약 5초간 59MJ의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하여 이 분야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11MW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죠. JET 연구소는 1997년 동일한 실험을 통해 26MJ의 열에너지를 얻었는데 3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두 배 이상 뛰어난 성과를 이룬 셈입니다. 

 


영국 옥스포드셔 컬햄에 위치한 JET 원자로 © UKAEA

 

 

이번 실험은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초대형 핵융합 원자로 시설(ITER)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평가됩니다. ITER 프로젝트는 유럽연합(28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이 참여하는 국제 사업으로 60년에 걸친 연구와 수십 년의 외교적 협상을 통해 범인류적 이익을 실현할 핵융합 발전 에너지 연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원자로 시설의 건설과 유지, 그리고 합동 연구를 수행하죠. 

 

핵융합 발전 연구는 지구 위에서 태양을 재현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은 하나의 핵과 하나의 중성자를 가진 중수소와, 하나의 핵과 두 개의 중성자를 가진 삼중수소가 충돌하면서 생산하는 핵융합에너지를 빛과 열로 방출합니다. 핵융합 발전은 이 과정을 원자로 안에서 재현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 없이 극소수의 방사성 폐기물만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JET 원자로는 규모는 작지만 ITER과 같은 원리로 지어져 ITER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로 여겨졌는데, 이번 성과는 ITER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좋은 근거를 제시해준 셈이죠.

 

핵융합 발전 연구를 위해 범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태양은 그 무게만큼이나 엄청난 내부 압력으로 수소 원자를 압박하여 섭씨 1,000만도 정도의 온도에서 핵융합을 일으킵니다. 반면 태양보다 훨씬 체급이 작은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섭씨 1억 도 이상의 훨씬 더 높은 온도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문제는 지구 상 그 어떤 물질도 1억 도 이상의 온도를 버틸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존하는 금속원소 중에 열에 가장 강하다는 텅스텐도 섭씨 6,000도 이상이 넘어가면 기체가 되어 증발해버립니다. 

 

JET 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넛 모양의 원자로를 만들고, 그 안을 진공으로 만들어 내부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한 곳에 가두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기체 상태의 물질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분리되어 플라스마 상태가 되는데, 이온화된 플라스마의 전기적 성질을 이용하면 강력한 자기장으로 직접적인 접촉 없이 플라스마를 한 곳에 묶어둘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용량의 고온 플라스마는 내부에 흐르는 전류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요동치는 불안정한 물질이라 쉽게 기체 상태로 돌아가버립니다. 이 때문에 핵융합에 필요한 고온 상태의 플라스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도넛 모양의 원자로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해 플라스마를 유지합니다. © ITER

 

 

JET 연구소는 거의 40년 동안 어떻게 하면 플라스마를 더 오래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을지 연구해왔습니다. 1997년 JET 연구소는 원자로 내벽을 탄소 재료로 포장한 80㎥의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를 만들고 자기장을 가해 플라스마를 가두는 핵융합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벽 재료를 베릴륨과 텅스텐으로 바꾸어 동일한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탄소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 수소를 흡수하여 핵융합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삼중수소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는 재료로 교환한 것입니다. 내벽 환경이 바뀌면서 JET 연구팀은 플라스마의 흐름을 다시 분석하고 자기장을 재조정해야 했죠. 

 

이번 JET 연구소의 실험은 5초 동안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상에서 5초는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핵융합 발전 연구의 맥락에서는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5초를 버티는 데 성공했다면 5분, 5시간, 5일 동안 플라스마를 유지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JET 원자로가 5초 이상 실험을 수행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전자석을 만드는 데 사용한 구리 재료가 그 이상 실험을 지속할 경우 녹아내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리 대신 냉각 상태의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는 ITER은 이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가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ITER © ITER

 

 

이번 JET 연구소의 실험 결과는 핵융합 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관측에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나 핵융합 발전이 당장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점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역사상 인류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ITER은 2024년에야 원자로 건설을 마칠 예정이며, 그 후 10년 동안 축적한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핵융합 발전 방식을 실용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시점은 대략 21세기의 후반부 즈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꿈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핵융합 발전이지만 2050년까지 탈탄소 시대를 달성해야 하는 인류의 발등에 붙은 불을 끄기에는 안타깝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습니다. 핵융합 발전 연구는 이제 막 기나긴 여정의 첫걸음을 뗐습니다. 우리가 21세기의 기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우리의 후손은 지구에서 타오르는 인공 태양의 은혜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 블로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