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폐건물, 다시 쓰면 문화공간!

정수시설을 재활용하여 생태 및 수생 공원으로 재탄생한 선유도공원은 그린 리모델링의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 한국관광공사

‘공공 건축물’에도 그린 리모델링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주로 도시의 버려진 건물과 시설을 허무는 대신 새로운 쓰임새를 가진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 많죠. 정수장을 생태 공원으로 바꾼 서울 영등포구의 선유도 공원과 석유 비축 시설을 재사용한 상암동 문화 비축 기지가 그린 리모델링의 모범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에는 어떤 리모델링 사례가 있을까요? 뉴욕 허드슨강에 개장한 ‘리틀 아일랜드 수상공원’은 철길을 정원으로 만든 뉴욕 하이라인 파크처럼 버려진 부두를 도심 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공원은 여러모로 독특합니다. 위에서 보면 정사각형이라 섬이라기보다 부두 시설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옆에서 보면 높낮이가 다채로워서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제법 복잡하고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뉴욕의 부호 ‘배리 딜러’가 뉴욕을 찾는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2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말뚝밖에 남지 않은 옛 부두를 시민을 위한 독특한 공원으로 탄생시킨 것이죠. 마치 물 위에 기둥으로 띄워놓은 것 같은 모습은 이곳이 부두였음을 알려주는 상징적 요소이자 수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있는 ‘리틀 아일랜드 수상공원’. 아담하지만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볼거리가 

풍부한 공원입니다. © New York City, Michael Grimm

우리나라에도 부천의 ‘아트벙커B39’라는 건축물이 있는데요, 폐소각장을 전시·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 시설로 탈바꿈했습니다. ‘부천아트벙커’는 소각장의 삭막한 구조를 최대한 살려 창의성을 자극하는 공간감이 충만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단지 폐건물을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계’를 위한 산업시설이 ‘사람’을 위한 문화시설로 탈바꿈했다는 스토리와 가치관도 담았습니다. 쓰레기 반입실은 멀티미디어홀로, 소각로가 철거되고 남은 자리는 옥외행사가 진행되는 거대한 중정(中庭)으로 변신했습니다. 칙칙한 벽은 그대로 살려 화려하고 안락한 도시 생활 이면에 자리잡은 필요악,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지요.

아트벙커B39의 전경(위)와 소각로가 있던 자리인 중정(아래). 소각장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서 재활용과 의미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 스튜디오 케이웍스

하루아침에 많은 건물을 ‘제로에너지건축물(Zero Energy Building, ZEB)*’로 새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개별 건축물 하나 하나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조금씩 바꾸어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전환해가는 과정이 바로 ‘그린 리모델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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