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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사막화 겪는 사헬, ‘녹색장벽’ 프로젝트로 해결 가능할까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⑪ -

급격한 사막화 겪는 사헬, ‘녹색장벽’ 프로젝트로 해결 가능할까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⑪ - 

* 글 : 이지현 칼럼니스트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이제껏 인류가 걸어왔던 과거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문명에 영향을 준 여러 사례를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해보려 합니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① 기후변화, 4대 문명과 고대 그리스 문명을 견인하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② 기후변화, 마야 문명을 바꾸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③ 기후변화가 가져온 식량위기, 명나라를 몰락시키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④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병, 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되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⑤ 기후변화, 현대문명을 불태우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⑥ 기후변화로 국가 수도가 바뀐다, 물에 잠기는 도시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⑦ 상승하는 해수면, 가라앉는 삶의 터전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⑧ 화산폭발이 야기하는 기후변화, 강수량 감소·곡식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⑨ 사막화로 인한 재난, 더스트 볼의 비극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⑩ 생물 다양성의 보고 ‘마다가스카르’, 기후변화로 강해지고 잦아지는 사이클론에 신음



전쟁도 막을 수 없었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는 광활한 사하라 사막이 배경입니다. 탐험가인 주인공 알마시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아득한 모래 폭풍처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데요, 하늘과 땅의 경계마저 모호한 사하라 사막은 국적이 다른 남녀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태양을 머금고 아름답게 빛나던 붉은 모래는 최근 사하라 사막 주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하라 사막의 이국적인 풍광이 아름답게 담긴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을 석권하였습니다. © 잉글리쉬 페이션트 


‘사막화’로 점점 더 넓어지는 사하라 사막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사하라(Sahara)는 대륙 전체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입니다. 사하라는 모로코, 말리, 모리타니,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걸쳐 있습니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하라의 크기가 매년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University of Maryland)의 연구팀이 기후저널(Journal of Climate)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20년 이후 약 100년 간 사하라 사막의 면적은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현재 사하라의 전체 크기는 미국의 국토(약 980만㎢)와 비슷할 만큼 거대해졌죠. 사실 사막은 본래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훨씬 더 많은 모래 지역을 일컫는 말로 아주 오래 전부터 지구에 존재한 지형인데요, 이는 사막이 확장되고 토지가 황폐해지는 ‘사막화’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사막화는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막이 아닌 곳이 사막 같은 환경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 3,600만㎢에 달하는 면적이 사막화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사하라 남부의 사헬(Sahel) 지역은 가장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입니다. 아랍어로 ’주변‘ 또는 ’가장자리‘를 뜻하는 사헬은 사하라 사막과 대평원인 사바나(savannah)의 사이에 있는 준건조 전이지대입니다. 전통적으로 사헬 지역은 유목민들의 주 거주지로 소와 염소를 기르는 유목 생활에 적절한 환경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니제르 강을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작은 도시들도 발달하였으나 1960년대부터 급격한 사막화로 사헬은 점점 죽음의 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헬은 세네갈 북부와 모리타리 남부에서부터 말리 중부, 니제르 남부, 차드 중부, 
에티오피아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띠 모양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 trtworld


기후변화, 사헬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다

과거, 아프리카 식민 지배로 사헬 지역의 인구는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유목민은 사라지고, 정착한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초지의 재생 능력을 넘을 만큼 방대한 가축의 방목, 과잉 경작이 진행되었습니다. 초원과 나무가 사라지면 지표의 반사율은 증가하게 되는데요, 주변에 비해 열을 적게 흡수한 지표 온도는 낮아집니다. 이 경우 하강기류가 자주 형성되고 강수량이 점점 감소하고 토양은 점차 건조한 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이미 건조해진 상황에서 닥친 폭염은 재난을 가중시켰습니다. 



말리 북부의 파기빈(faguibine) 호수는 1970년대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 YTN


지구 온난화로 대기 순환의 균형이 깨지면서 사헬 지역은 점점 더 뜨거워졌습니다. 폭염은 1910년부터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계속되었고, 강수량이 100~200mm에 불과하지만 우기에 해당하는 기간동안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가뭄이 지속되자 강과 호수는 말라버렸습니다.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었습니다. 

기후변화는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영국의 생태 수문학 센터(Centre for Ecology & Hydrology, CEH)와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 대학(Universite Grenoble Alpes)의 연구팀이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으로 지난 35년간 사헬 지역의 폭풍우의 발생 빈도는 세 배나 증가했는데요, 가뭄으로 이미 지력을 상실한 사헬에 내리는 폭우는 대규모 침수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헬에 거주하는 약 5억 명의 주민들은 거듭된 가뭄과 폭우로 인해 식수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기인 6월부터 9월까지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말라버린 모리타니의 호수 © UNHCR


사막화를 막기 위한 ‘녹색장벽’ 프로젝트

2021년 1월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는 프랑스와 국제연합이 공동주최한 기후변화 대응 및 생물다양성 보존 관련 회의인 ‘원플래닛 정상회의(One Planet Summit)’에서 ‘녹색장벽(Great Green Wall)’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색장벽 프로젝트는 사헬 지역에 폭 15km, 길이 7,800km의 숲을 건설하여 사막화를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요, 아프리카 11개 나라가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원 부족과 무장 단체의 도발 등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헬 주변국들이 녹색장벽을 위한 기금 마련에 애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막화를 막지 못하면 영토의 대부분이 사람이 살지 못하는 폐허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녹색장벽 프로젝트는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에티오피아와 세네갈에서 각각 15만㎢ 이상의 땅이 복구되었고, 니제르는 2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력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는 현재 사헬 지역 주민 2천만 명이 식량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6천만 명이 난민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헬 지역 주민이 삶의 터전을 되찾는 유일한 길은 기후변화를 늦추고 사막화를 저지하는 방법 밖엔 없을 것입니다. 사하라 사막의 팽창을 막는 녹색장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사헬 지역 주민의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 참고자료

'토지가 황폐해진다'…인류 미래의 어두운 그림자 '사막화'_YTN사이언스

지구온난화, 서아프리카에 세 배로 증가한 사헬 폭풍의 원인

AfDB, 사헬지대 사막화 방지 위해 65억 달러 지원 약속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African dust

[과학을읽다]커지는 사막과 작아지는 호수…재앙의 시작?

‘초록 장벽’으로 사막화 현상 막는다_사이언스타임즈

기후변화로 난민 속출한 사하라 남부에 450조 투자_동아사이언스

사헬 지대의 기후와 식생의 변화
Drought-tolerant species thrive despite returning rains in the Sahel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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