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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전력, 정말 문제일까?

대기전력 소모, 정말 문제일까?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콘센트에서 뽑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용됩니다. 많은 전자기기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조금씩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전원이 꺼진 동안에도 전기를 쓰는 전자기기를 ‘뱀파이어 기기(vampire devices, ‘전기 흡혈귀’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소모되는 전기를 뱀파이어 파워(vampire pow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이 지금도 유효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에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기기의 전원 표시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왼쪽은 전원을 끄면 완전히 전원이 차단된다는 뜻, 

오른쪽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대기전력을 소비한다는 뜻입니다. ⓒ 팁팁뉴스

 

 

우선,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전력을 소모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기기가 쓰는 전력은 소비전력과 대기전력으로 나뉩니다. 소비전력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중에 소비되는 전력이고, 대기전력은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소비되는 전력입니다. 왜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전력이 소모될까요? 언제든지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기 상태에 있게 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 해에 대기전력으로 소모되는 전력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에서 대기전력 발생으로 인해 소모되는 전력은 소비 기기 1개당 평균 2.01W이며 이를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전국에서 1년 동안 소비한 대기전력 요금이 4천억 원이 넘는다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이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콘센트에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는 믿을 만한 것일까요?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한국전기연구원에서 발표한 <2011년 전국 대기전력 실측 조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작성된 자료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실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자료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11년 전인 2011년에도 대기전력 총량이 줄어드는 추세였다는 것입니다. 보유 가전기기 수는 2003년 15.6대에서 2011년 18.5대로 19% 증가하는 반면, 기기 한 대당 평균 대기전력은 2003년 3.66W에서 2011년 2.01W로 45% 감소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제품 한 대가 소모하는 대기전력의 양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한국전기연구원에서 발표한 가정 내 대기전력 실측 결과. 2011년 자료이므로 

지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 한국전기연구원

 

 

이와 관련하여 외국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의 전기 요금 중 23%가 대기전력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2015년 통계 자료에서 근거한 것이며 오늘날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국 과학기술협회(TechUK)의 크레이그 멜슨(Craig Melson)은 기기들이 더 낮은 전력을 사용하고, 모니터 화면이 LCD에서 LED로 바뀌었으며, 냉장고와 세탁기의 전력 효율이 훨씬 더 높아진 오늘날에는 과거 자료에 근거한 대기전력과 관련된 주장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만일 10년 전에 출시된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오늘날 우리가 쓰는 제품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원격제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두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더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IoT를 이용하여 전자제품을 제어하려면 항상 온라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널리 사용되는 IoT 전자기기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대기전력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원격으로
조절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기기를 꺼지게 할 수도 있으니 에너지 절약에는 더 유리하지요. © shutterstock

 

 

 

IoT를 이용한 전력 제어 기술은 크게 실시간 모니터링과 원격제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IoT를 이용하면 현재 가정 내 전력 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해당하는 전기요금 구간과 다음 누진 요금 구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전력 사용량을 분석하여 월별 예상 요금까지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력 사용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대기전력 및 누전을 차단할 수도 있죠.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콘센트에서 뽑은 방법은 과거에는 대기전력의 소모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IoT를 이용하여 가정 내 전력 소비를 제어하는 것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콘센트에서 뽑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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