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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태양을 붙잡아라! 태양 감싸 에너지 생산하는 ‘다이슨 구’ - SF 작품 속 에너지 ⑤ -

도망가는 태양을 붙잡아라!

태양 감싸 에너지 생산하는 ‘다이슨 구’

- SF 작품 속 에너지 ⑤ -

 

 

고호관 작가

 

고호관 작가는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사를 전공하고 『과학동아』, 『어린이과학동아』, 『수학동아』에서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기자의 삶을 마무리하고 SF 작가이자 과학 저술가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은 무섭지 않아』로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으며, SF 앤솔러지 『아직은 끝이 아니야』(공저)와 『우주로 가는 문, 달』, 『술술 읽는 물리 소설책 1~2』, 『하늘은 무섭지 않아』, 『우주선 안에서는 방귀 조심!』 등을 집필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학 없는 수학』, 『진짜진짜 재밌는 곤충 그림책』,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60-1999』, 『링월드』, 『신의 망치』, 『SF 명예의 전당 1: 전설의 밤』(공역), 『머더봇 다이어리』 등을 번역했습니다.

 

 

오늘날 ‘태양에너지’는 중요한 재생에너지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와 비교하면 태양은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에너지를 마음껏 이용할 수만 있다면,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거의 모든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는 주로 빛의 형태입니다. 태양은 매우 뜨겁지만, 우주는 거의 진공 상태라 전도나 대류로는 열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구에 도달하는 열은 거의 빛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빛은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동물은 식물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고, 그렇게 생태계는 돌아갑니다. 재생에너지로 주목받기 한참 전부터 태양에너지는 지구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존재였습니다. 

 

이 막대한 태양에너지를 붙잡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가령 사막처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곳에 떨어지는 태양 빛은 좀 아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태양 전지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그런 곳에 대규모로 짓지 않더라도 요즘에는 옥상이나 베란다에 태양 전지를 설치해 집에서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태양광 발전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일단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흐리거나 비가 오면 발전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발전량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도 없습니다. 사용량이 많을 때 전기를 많이 만들고, 적을 때는 적게 만드는 게 어렵습니다. 여름에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있고요

 

 


우주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아주 유용합니다. 기상현상의 방해를 받지 않아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 NASA

 

 

우주에서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구름도 없고 끊임없이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좀 더 유용합니다. 그래서 우주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전기를 지상으로 전송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지상으로 전기를 보내는 게 난관이지만요.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 우주탐사선 등은 태양광 발전을 흔히 이용합니다. 고장만 나지 않는다면 아주 오랫동안 에너지를 보충하며 작동할 수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로 나온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오랫동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태양광 발전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현재 이용하는 태양에너지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태양 전지판의 넓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구 전체의 넓이를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약 1억 5,000만km이니 반지름이 1억 5,000만km인 구의 겉넓이를 생각해 봅시다. 구의 겉넓이는 4×π×r2이므로, 태양으로부터 지구 궤도에 이르는 구의 면적은 4×π×150,000,0002 입니다. 계산해보면 대략 2.8×1017km2가 나옵니다. 태양으로부터 뻗어나온 태양에너지는 지구 궤도에 이르면 2.8×1017km2의 면적에 고르게 퍼집니다. 이 중 지구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2.6×108km2입니다. 결국 지구는 태양이 지구 궤도까지 내보내는 에너지 중 2.6×108÷2.8×1017, 즉 10억분의 1 만큼의 에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달리 말하면 태양이 내놓는 에너지의 단 10억 분의 1만 가지고 수십억 년 동안 수많은 생명체가 살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태양에서 나온 에너지는 지구 궤도에 이르면 단 10억 분의 1만 지구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양이 바로 ‘태양상수’입니다. 이 중에서도 지표면에 이르는 태양에너지는

약 74% 정도에 불과합니다. 겨우 이 정도의 에너지로도 지구의 생명이 수십억 년 동안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그렇다면 지구를 비켜나 우주로 날아가는 나머지 에너지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날아가는 태양의 에너지를 모조리 붙잡아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지구가 받아들이는 것보다 10억 배나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거의 무제한이나 마찬가지인 엄청난 에너지지요. 

 

물론 그럴 수 있으려면 태양 전지판으로 태양 주위를 완전히 감싸야 할 것입니다. SF에는 이와 같은 가상의 구조물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를 다이슨 구(Dyson Sphere)라고 합니다. 다이슨 구에 관한 아이디어는 영국의 SF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이 1937년에 발표한 소설 『스타메이커』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스태플든은 그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일단 도망가는 태양에너지를 붙잡아 지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빛 포착용 그물로 거의 모든 태양계를 둘러쌌다. 그 결과 은하 전체가 어두워졌다.”

 

 


건설 중인 다이슨 구체의 상상도. 오른쪽 가운데 밝게 빛나는 것이 항성입니다. 왼쪽 아래에는 
다이슨 구를

건설하는 문명의 수준을 암시하듯, 행성 자체를 분해해서 자원을 채굴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 Adam Burn

 

 

이 개념은 1960년 이론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논문에서 다룬 뒤로 유명해졌고, 요즘에는 ‘다이슨 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다이슨은 기술 문명이 장기간 생존하면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논리적인 귀결이 다이슨 구와 같은 거대 구조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태양을 껍데기처럼 완전히 둘러싸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구조물의 안쪽에 살면서 태양에너지를 모조리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혹은 완전히 둘러싸지는 않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인공위성으로 태양 주위를 빼곡하게 감싸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지요. 이런 개념을 ‘다이슨 스웜’이라고 부릅니다. 

 

다이슨 구, 혹은 이와 비슷한 개념은 SF에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SF시리즈인 스타트렉에도 다이슨 구와 우연히 조우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다이슨 구는 매우 어둡기기 때문에 갑자기 마주치게 된다면 깜짝 놀랄 만하지요. 미국의 SF작가 래리 니븐이 쓴 『링월드』에 등장하는 인공 구조물 ‘링 월드’는 별을 감싸고 있는 고리 모양의 거대 구조물인데, 다이슨 구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링 월드를 확장해 별을 완전히 감싼다면 다이슨 구가 되니까요.

 

 


래리 니븐이 발표한 소설 『링월드』의 표지. 왼쪽 가운데 밝게 빛나는 항성 주위로 

고리 모양의 주거지가 건설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allantine Books

 

 

하지만 우리는 아까 지구 궤도만큼의 거리에서 태양을 완전히 감쌀 때의 겉넓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그 말은 곧 다이슨 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물질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냥 물질도 아니고 아주 튼튼한 물질이어야겠지요. 그런 물질이 충분히 존재할지,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의 공학 수준이 다이슨 구를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논할 수준이 아니기는 하지만, 다이슨 구나 링월드와 같은 거대 구조물은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다이슨 구는 미국의 인기 SF 시리즈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시리즈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으며, 링월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간판 게임 프랜차이즈 <헤일로> 시리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SF 작품과 게임에서 항성의 에너지 사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물은 문명 발전의 정점인 것처럼 묘사되곤 하지요. 지금은 상상의 영역이지만 다이슨 구와 같은 구조물을 어쩌면 먼 미래의 인류가 건설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터치패드나 양자통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 SF 작품 속 에너지 시리즈 -

▶ ① 핵융합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59999219 

▶ ② SF가 보여주는 에너지의 미래, 실현 가능할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92376602

▶ ③ 무궁무진한 ‘물’에서 얻는 에너지는? 수소핵융합, 수력발전, 조력발전 등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07318453 

▶ ➃ ‘매트릭스’의 생체 전기, 남는 장사일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34194071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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