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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원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다변화, 중력과 액화공기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다변화, 중력과 액화공기까지!

 

, 맹미선 칼럼니스트​​

 

 

최근 몇 년 사이 친환경 에너지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파생 산업인 배터리에 대한 관심 또한 덩달아 커졌습니다. 배터리 관련 기술을 검색하다 보면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용어가 곧잘 눈에 들어옵니다. ESS 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을 비롯해 관련 산업 생태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기술로 언급됩니다. 차세대 에너지 활용에서 ESS가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어떤 아이디어들이 도입되고 있을까요?

 

갓 만든 에너지를 모으고 관리하다 

 

 

2009년부터 약 3년 반 동안 시행된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 사업 개요도. 리튬 이차 전지와 커패시터, 배터리팩 등을 활용한 ESS 기술이 전기차 충전소, 가정용 태양광 패널 등에 접목되어 쓰였습니다. 이후 제주에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센터가 구축되기도 했습니다. © 한국 스마트 그리드 사업단

ESS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의 약어로, 에너지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체계를 아우르는 용어입니다. 우리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전기 에너지를 수시로 사용하니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에서 생산되고 공급되는 에너지 수급 상황을 놓고 보면 왜 ESS가 필요한지 짐작해 볼 수 있어요.

 

 

한번 만들어진 전기는 단시간에 쏟아졌다가 금세 말라버리는 빗물처럼 고이지 않고 곧 사라집니다. 그런데 어느 해 여름 예기치 못한 폭염이 찾아오면 전국의 발전 시설을 부지런히 가동해도 높은 전력 수요를 충당하지 못할 수 있어요. 물론 물리적으로 발전소 수를 더 늘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미리 만들어둔 전기를 한곳에 모을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낭비를 줄이는 길일 것입니다. 마치 오랜 장마로 넘쳐난 강물을 인간이 만든 댐에 저장하듯이 말이죠.

 

사실 아직 거대한 시설을 동원하거나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전기 산업의 출발과 함께 여러 방식으로 제시돼왔어요. 오늘날에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에너지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소규모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에너지저장기술 역시 이에 맞추어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지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ESS라는 용어는 보통 규모가 큰 에너지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에 적용되는 말로, 건전지와 같은 배터리도 ESS의 한 가지 방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SS가 구현되는 방식은 무척 다양한데, 가령 전기차 시장에서 ESS란 전기차의 폐배터리를 재생에너지원의 ESS 배터리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에서 주로 언급되죠. 이는 태양광 패널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기차의 부품(배터리)에 담음으로써 전기차 소비 전 과정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특정 제품이 아닌 전력망 인프라에 활용되는 ESS는 전기 에너지를 배터리에 담기보다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하는 방식을 따르는 추세입니다. 배터리 방식은 소재가 한정적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활용한 저장 방식의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에너지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세계 각지에서 개발된 ESS 기술의 면면도 무척 기발합니다.

 

25톤 거대 추, 중력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다

 

 


 

 

 

중력 ESS 시연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래비트리시티. 앞으로 진행될 상업 프로젝트는 해체된 광산 수갱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Gravitricity

 

 

2012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출발한 에너지 스타트업 그래비트리시티(Gravitricity)는 지난 4250kW 규모의 중력 ESS를 선보였습니다. 중력은 <인터스텔라>처럼 블랙홀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 아니냐고요? 에너지 기술에 사용하기에 너무 심오한 개념이 아닌지 물음표를 띄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장 방식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기도 합니다. 수력 발전(양수 발전)이 바로 중력을 이용한 것이거든요.

 

모든 물건은 아래로 떨어진다는 익숙한 문장은, 과학적으로 질량을 가진 작은 물체가 그보다 질량이 막대하게 큰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가는 현상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양수 발전은 물을 전력 소비가 적은 밤에 높은 곳에 위치한 저수지로 퍼올리고, 낮 시간에 다시 떨어뜨려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에요. 물이 중력에 의해 갖게 되는 위치 에너지를 활용한 것이죠.

 

그래비트리시티의 설립자 피터 프랜켈은 아주 무거운 추를 활용하면 지형지물에 구애받지 않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평소 전기를 많이 쓰지 않을 때 남는 전력으로 추를 높이 끌어 올려 두었다가(전기 에너지를 위치 에너지 형태로 저장), 다시 전력이 필요할 때 추를 낙하시켜 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시연식에서 25톤짜리 추 두 개와 15미터 높이의 격자 탑으로 최대 전력(250kW)을 빠르게 생성하는 데 성공한 이들 기업은, 향후 한 시간 동안 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 충분할 정도의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액화공기 ESS, 발전 터빈을 돌리다

 

하이뷰 파워의 액화공기 ESS 시설 모형. 잉여 전력으로 압축된 공기는 저압력 단열 탱크에 저장되고, 다시 가열 팽창되어 발전 터빈을 돌립니다. © Highview Power

 

 

한편 2019년 같은 영국에서는 하이뷰 파워(Highview Power)라는 ESS 기업이 공기를 활용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발표합니다. 크리오배터리(CRYOBattery)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술은 극저온에서 남는 전력으로 공기를 압축, 액체 상태로 보관하고 전기가 필요할 때 이를 다시 기화시켜 부피가 늘어난 공기로 터빈을 회전시켜 발전하는 방식입니다. 공기를 액화하고 발전할 때 온실가스나 폐기물 같은 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장점도 있습니다.

 

 

액화 공기 ESS, 특히 하이뷰 파워가 제안한 시스템은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 최대이자 최초의 상업용 액화 공기 ESS 시설의 핵심 기술로 채택되었습니다. 영국 서부 그레이터맨체스터 주의 트래포드라는 도시에서 추진되는 이 친환경 도시 발전 프로젝트에는 시설 건설 기금으로 1,000만 파운드(159억 원)가 투입되었습니다. ESS 시설은 도시의 전력망과 연결되어 20만 가구에 충분히 공급될 만한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무거운 추를 이용한 중력 ESS, 기체의 상변화를 활용한 액체 공기 ESS는 희토류 금속과 같은 배터리 원재료 수급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도 지역의 잉여 전력을 요긴하게 사용하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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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없는 풍력발전기, 혁신은 계속된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15629003)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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