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모래로 만든다고?

‘모래’가 배터리가 된다고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귀 광물이 주원료입니다. 이러한 광물들은 지역 편재성이 심하고, 전체 매장량도 적어 배터리의 가격 안정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손꼽혔는데요, 최근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친환경 ‘모래 배터리’가 등장하여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모래 배터리는 채굴이 힘들지 않고, 폐기도 간단합니다 ⒸBBC TONY JOLLIFFE

 

핀란드의 폴라 나이트 에너지(Polar Night Energy)가 개발한 ‘모래 배터리’는 모래의 열 물리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개발되었습니다. 모래는 물과 비교하면 비열(specific heat, 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낮은 편입니다. 비열이 낮으면 물체의 온도를 상승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적어지는데요, 모래와 물을 같은 열량으로 가열하면 모래가 물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온도까지 올라갑니다. 여름철, 해수욕장의 모래가 물보다 더 뜨거운 이유도 이러한 성질 때문입니다. 모래는 열 손실률도 낮아 높은 열을 오랜 시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래는 다른 광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좋고, 생산과정이나 폐기 과정에서 독성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온 열 에너지 저장장치인 모래 배터리  Ⓒpolarnightenergy

 

폴라 나이트 에너지는 핀란드 칸카아페(Kankaanpää)에 세계 최초의 모래 배터리를 설치하여 가동하고 있습니다. 모래 배터리는 풍력 또는 태양광 에너지가 생산한 전력을 6개월 이상 저장할 수 있는데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날씨에 따라 언제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죠.

 

모래 배터리의 구조는 단순한 편입니다. 태양광 발전기와 파이프로 연결된 강철 저장고에 100t 정도의 모래가 채워져 있습니다. 장치를 작동하면 저장고 속 모래는 최대 600도까지 가열됩니다. 모래가 데워져 만든 열에너지는 난방, 온수 등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여름철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잉여 전력으로 겨울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만들어 놓는 셈인데요, 폴라 나이트 에너지의 모래 배터리는 바타얀코스키(Vatajankoski) 지역난방 발전소에 설치되어 칸카아페 마을의 공공 건물과 상업용 건물, 주택 등에 열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각각 100kW와 8MWh 용량의 배터리는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검증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모래 배터리의 작동 원리 Ⓒpolarnightenergy

 

사실 폴라 나이트 에너지가 개발한 모래 배터리는 신기술이라기보다 모래가 열 저장 매체로 활용도가 높다는 물리적 특징을 활용한 시설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핀란드에서는 열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도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온열 기구나 난방, 온수 등을 사용해 왔습니다. 스위치 한 번이면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저장하는 수고로움을 자처할 필요도 없었지요.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이에 폴라 나이트 에너지는 잉여 재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래 배터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 또한 모래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겼습니다.

 

현재 모래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저장하는 데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래 배터리에 저장된 열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다시 전환하기 위해서는 터빈 등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할 뿐 아니라 효율성과 경제성도 낮기 때문인데요, 모래 배터리 상용화를 시작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배터리가 더 많이 개발되길 기대합니다. 

 

 

 

* 참고자료

 

What Is a ‘Sand Battery’?

https://polarnightenergy.fi/sand-battery

 

Climate change: 'Sand battery' could solve green energy's big problem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61996520

 

World's first 'sand battery' can store heat at 500C for months at a time.

https://www.abc.net.au/news/science/2022-07-19/sand-battery-debuts-in-finland-world-first-heat-thermal-storage/101235514

 

This big, sand-filled energy storage silo can be powered by wind and solar

https://electrek.co/2022/07/08/sand-energy-storage-wind-solar/

 

Alternative batteries are solving the biggest problem in renewable energy

https://www.freethink.com/environment/renewable-energy-storage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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