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냉기, 땅 속에 '저장'해 여름에 꺼내 쓴다?

겨울철 냉기, 땅 속에 '저장'해 여름에 꺼내 쓴다?

 

 

살을 에는 듯한 겨울철 냉기에 가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죠. 여름에 이 냉기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이 실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겨울철 냉기를 저장해 여름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온도차를 이용해 냉기를 저장

 


냉기를 저장해 여름에 사용하는 열교환장치의 원리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딸기 농가를 비롯한 여러 과일 농가에서는 여름철의 비닐하우스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여름 폭염에 비닐하우스 온도가 50∼70℃로 올라가는데 농작물은 이런 온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농가에서는 에어컨에 의존하고 있으나 높은 에너지 비용이 큰 부담입니다. 자연적으로 냉각할 수 있다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네트워크연구실 윤영직 박사팀은 농가의 이런 상황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겨울철 차가운 냉기를 이용해 여름철 농촌의 하우스 냉방에 이용할 수 있는 ‘기포자가진동현상을 적용한 열교환장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기포자가진동(self-excited bubble oscillation)은 양쪽에 온도차가 존재할 때 기포를 포함한 슬러그류가 외부동력 없이 빠르게 진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외부 공기와 상대적으로 덜 차가운 땅속 물에 온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런 차이가 있는 곳에 열교환장치를 설치하는 것이죠. 그럼 서로 연결된 열교환장치 양쪽 끝에서 발생하는 온도차를 통해 내부 냉매가 빠르게 진동하고, 흐름이 발생하며, 많은 양의 열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땅속 물의 열이 더 차가운 외부로 방열되면서 물 온도는 점점 낮아져 차갑게 되고 이를 여름까지 보관한 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열교환장치는 냉기의 저장매체로 물을 보관하는 축냉조, 축냉조에 연결된 구불구불한 형태의 모세관 튜브, 튜브 내부의 냉매로 구성돼 있습니다.

 

 

자연냉기 사용해 에너지 비용이 들지 않는 열교환 기술,

식량안보 기여할 수 있을까? 

 


연구원들이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실제로 냉방을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새로운 열교환장치에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작동하는 데 외부 동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또한 액체에서 기체로 기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물질의 상변화를 통한 잠열을 이용하면 많은 양의 열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열 교환 기술에 비해서도 에너지 소비량은 50% 이상, 크기는 3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이를 통해 냉열 생산 효율은 극대화되고 장치 제작에 소요되는 단가 절감도 가능합니다.

 

연구진은 냉열 생산 열교환 장치를 2022년 3월부터 강원도 평창군 소재의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실증 부지에 설치해 냉열 생산과 냉열 저장 실증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약 1킬로와트(kW)의 냉열 생산 성능으로 약 4.5도의 냉수를 생산해 1톤 용량의 지중 축냉조에 저장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특히 3월 이후의 실증 결과이므로 더 낮은 외부 기온 조건에서는 더 낮은 온도의 냉수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를 책임진 윤영직 박사는 “세계적인 급격한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고효율, 저비용의 재생에너지 기반 원예 냉방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겨울철 자연냉기를 이용한 냉방기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열교환 장치의 용량과 성능을 높여 2022년 완공되는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 내 100평 규모 유리 온실을 대상으로 국내 첫 냉방 공급 실증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증을 거쳐 냉열 생산 열교환 기술을 식물공장형 인도어 팜, 도심건물 등 다양한 수요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정한 친환경 기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 블로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