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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조어, E플레이션을 아시나요?

오늘은 에너지 관련 신조어이자 어느덧 시사 상식으로 자리 잡은 새로운 개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 ‘E플레이션’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으시다고요? 잘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뜻을 알 것 같으시다고요?

E플레이션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미디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끼치는 영향력이 미미해진 게 불과 얼마 되지 않았지요? E플레이션은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불러온 수많은 변화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팬데믹 현상이 지속되면서 등장한 개념이지요.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E플레이션’이 어떤 단어의 합성어인지 눈치 채셨겠죠? 네, 에너지(energy)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꼽아 보자면, 첫째 공급보다 수요가 많거나, 둘째 생산 비용이 상승하거나, 셋째 독과점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팬데믹 현상을 겪으며 세계 각국은 기존의 에너지 생산 및 공급망 유지에 차질을 빚었죠. 하지만 이에 그대로 무너질 인류라면 지금껏 발전을 거듭하며 지구의 최상위포식자로 생존하지 못했겠지요? 2020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는 차츰차츰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산업 생산량도 다시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한파와 폭염 등 이상 기후로 인해 냉난방 수요도 커졌습니다. 문제는 무너진 생산·공급망이 회복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는데 공급은 수요를 한참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에너지 자원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생긴 것이죠. 위 단락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어떤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죠? 네 에너지 자원의 수급 불균형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했습니다. 그게 바로 E플레이션,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주제입니다.



E플레이션을 이야기하며 이 개념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바로 ‘그린플레이션’입니다. E플레이션의 핵심이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라면 그린플레이션은 시선의 범위를 조금 좁혀야 합니다. 에너지 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관련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말하거든요.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기후 변화 위기에 전지구적으로 동감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그와 발맞춰 화석 연료 등의 공급량이 줄고 친환경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게 됐습니다. 공급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러면서 자연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 상승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그린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E플레이션과 그린플레이션, 그 차이를 이제 아시겠죠? E플레이션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게 된 배경이 코로나19 말고 또 있는데요. 아직도 국제정치 분야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러시아는 글로벌 1위 천연가스 수출국입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2020년 기준 EU 천연가스 수입량의 약 37.5%를 러시아가 차지했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또한 글로벌 원유의 약 12%를 생산하는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이기도 한데요. 2021년 말~2022년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천연가스나 석유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원유,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이로 인해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졌었죠. 이는 역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E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됐던 것입니다.



실제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이 고조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우리나라가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배경도 에너지 수입 부담 상승이었습니다. 당시 산업부는 무역 적자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지만, 한 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심상찮은 국제 에너지 시장 흐름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라며 “무역 적자 장기화는 물론 3%대로 치솟은 소비자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도 했었습니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공급망 차질 심화, 그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원자재값 급등 등으로 이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인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초대형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E플레이션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아직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 중이지만, 다행히 올 겨울에는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까지 온난한 기후가 나타나면서 재고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탓이라고 합니다. 또한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마저 기록적인 생산량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가격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E플레이션은 이제 우리 일상과 뗄 수 없는 중요한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다변화된 국제 정세에 따라 우리는 언제고 E플레이션을 다시 겪게 되겠지요. 다만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은 친환경 에너지의 에너지 효율 수준과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무리한 에너지 전환은 오히려 전력난과 그린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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