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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원고]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내연기관의 새로운 변신,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E-Fuel’을 아시나요?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내연기관의 새로운 변신,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E-Fuel’을 아시나요?

 

 

20세기는 내연기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세기에 등장한 내연기관은 증기기관과 같은 외연기관보다 작게 만들 수 있어서 교통수단을 움직이는 데 맹활약했지요. 자동차, 철도, 배, 비행기 어느 하나 내연기관이 사용되지 않은 교통수단이 없었습니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는 육상교통을 책임지며 현대 기술문명의 상징으로까지 자리 잡았지요. 

 

그러나 무엇이든 올라가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 내연기관도 점점 수명이 다하고 있습니다. 더 우월한 기술이 나와서는 아닙니다. 100년 넘게 사용된 내연기관은 이미 이론적으로 가능한 한계까지 발전해서 그 편의성과 효율이 여전히 유효하거든요. 내연기관 시대를 끝낸 것은 다름 아닌 내연기관 그 자신입니다.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한다고는 하지만...

 

내연기관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작동합니다. 화석연료의 주성분은 탄소와 수소로,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하지요. 이렇게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켜 기후변화를 유발합니다. 2019년 기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대기중에 배출된 탄소 중 24%가 교통수단으로부터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이중 75%의 탄소가 자동차에서, 10% 정도가 선박에서 나왔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대기중으로 배출된 탄소 중 1/5이 내연기관에서 나온 셈입니다.

 

 

내연기관차와 관련된 주요 국가와 기업의 움직임. 늦어도 2040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는 
생산, 판매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 조선일보

 

 

이처럼 내연기관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에, 세계 여러 나라들은 내연기관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영국은 2030년부터, 프랑스는 2040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도 여기에 발맞춰 전기차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지요. 

 

이처럼 전기차로의 전환을 앞두고 관련 업계와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한 번 만들면 10년 넘게 사용합니다. 따라서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판매된 내연기관차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는 한동안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며, 당장 탄소배출량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가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 다니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이퓨얼(e-fuel)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연료의 출처를 바꾸는 것’입니다.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유는 화석연료가 아주 오래 전 땅속에 묻힌 탄소의 ‘창고’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는 탄소로 이루어진 생명체의 시체가 땅속에 묻혀 생성됩니다. 따라서 화석연료에는 사람이 굳이 꺼내서 쓰지 않는 한 대기중으로 나올 일이 없는 탄소가 보관돼 있는 셈입니다. 화석연료를 캐내서 태우면 갇혀 있던 탄소가 대기중으로 풀려나므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지요.

 

그렇다면 지각 속에 갇혀 있던 것을 꺼내지 말고 대기 중의 탄소로 연료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대기 중 탄소로부터 만들어진 연료라면 태워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더라도 탄소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는 별 영향이 없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미 이러한 연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바이오연료’입니다. 바이오연료는 생물이 만들어낸 물질로부터 얻은 연료를 말합니다. 바이오연료의 주요 성분도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탄소입니다. 그러나 바이오연료는 식물이나 미생물이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서 만든 물질로부터 얻습니다. 바이오연료에는 이처럼 대기중으로부터 온 탄소가 들어있기에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올리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대기 중 탄소로부터 연료를 얻는 방법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이퓨얼(e-fuel)입니다. e-fuel은 ‘전기연료(Electrofuels)’의 줄임말로, 이름 그대로 전기를 이용해서 만듭니다. 보통 물을 전기분해해서 에너지가 높은 수소를 얻은 후, 여기에 이산화탄소나 질소 기체를 반응시켜서 얻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사용할 경우 천연가스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탄화수소가 생성되고, 질소를 사용하면 다양한 연로와 화학공업 원료로 쓸 수 있는 암모니아가 생성됩니다. 대기중에서 모은 이산화탄소와 질소가 사용되므로 e-fuel을 태우더라도 대기중 탄소 농도를 높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e-fuel 생산량이 많아지면 탄소를 연료에 가둬두게 되니 대기중 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도 있지요. 수소를 만들 때 쓰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으면 바이오연료 이상으로 청정한 연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e-fuel을 ‘수송용 탄소중립연료’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fuel을 생산하는 방법. 간단히 말하면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화석연료를 합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 GS칼텍스

 

 

e-fuel은 이처럼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연료입니다. 내연기관이나 제트엔진, 보일러 등 기존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다양한 분야에 마치 화석연료를 쓰듯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요. 따라서 급하게 인프라를 바꾸느라 혼란을 겪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화석연료 인프라가 이미 탄탄해서 청정에너지로 전환이 쉽지 않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합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e-fuel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우디, 도요타, 혼다와 같은 자동차 기업들도 e-fuel을 내연기관차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내연기관의 공존, ‘공정한 전환’

 

e-fuel은 ‘공정한 전환’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공정한 전환이란 청정한 에너지, 탄소중립 체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불이익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앞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 내연기관차 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모두 겉모습이나 기능은 비슷해보일지 몰라도 속을 구성하는 부품이나 정비방법은 매우 다릅니다. 내연기관차의 부품과 구성요소 대부분은 전기차에 필요없지요. 따라서 전기차가 보급될수록 내연기관차와 관련된 여러 산업이 사라질 위험에 처합니다. 

 

 

e-fuel은 내연기관 산업이 탄소중립을 거스르지 않고 공존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완성차 업계도 e-fuel에 관심을 갖고 연구중이지요. 대표적인 기업이 독일의 아우디입니다. 
아우디는 2018년부터 e-fuel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 AUDI

 

 

물론 어느 산업이나 시간이 흐르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기 마련이지만,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사업 분야를 전환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직업훈련을 할 시간이 필요하지요. e-fuel은 탄소중립을 거스르지 않고도 내연기관차를 사용할 수 있게 하므로 내연기관차 시장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연착륙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 과정에서 전기화가 어려운 화물차 등 수송 분야의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다양한 장점이 있어서 우리나라도 e-fuel 개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하고 이산화탄소 재활용을 통한 e-fuel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휘발유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그린에탄올’ 기술을 상용화하고 이에 발맞춰 내연기관 엔진을 최적화하는 기술도 개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를 발족해 e-fuel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이산화탄소 재활용 프로젝트 개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재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 GS칼텍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습니다.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이 분명 기후변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지만, 현대 산업과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완전한 탄소중립이 달성되기까지는 과거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와 청정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가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e-fuel은 20세기의 화석연료와 21세기의 청정에너지가 조화롭게 공존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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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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