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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글래스고를 가다(글 : 최우리 한겨레 기후변화팀장)

 

2021년 기후변화 뉴스는 국제 뉴스에서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지난 11월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다가올수록 전세계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차츰 끌어올렸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사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 대표들이 의자에 앉아 발언을 하고 있다. ©COP26

 

이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연말이 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COP를 가면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자로서 어떤 깜짝 뉴스를 쓸 수 있을까….’ 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행 티켓을 끊은 여름 이후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날들이 이어졌다. 

 

10월30일 아침 인천을 떠나 11월15일 귀국했다. 8645㎢ 떨어진 영국 글래스고에서의 가을 동안 많은 순간들이 기억나지만 행사장 안과 밖의 온도차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행사장 안에서는 글로벌 리더를 자청하는 영국이 주도한 회의답게 하루에도 수십개의 세션이 진행되었다. 주최쪽이 매일 공개했던 행사장 내부 취재 사진을 보면 영국 알록 샤마 COP26 의장과 미국 존케리 기후특사가 따로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유독 많은 것도 흥미로웠다. 영어가 모국어인 국가의 자신감이라고 외교부 주요 참석자는 말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사진
세계 각국 정상들이 COP26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cop26 공식 홈페이지

 

참가하지 못했더라도 정부 협상단들의 일부 회의는 화상으로 참관할 수 있었는데, 각 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이성적인’ 회의가 내내 이어졌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기후위기 심화 책임을, 선진국은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추세인 개도국의 적극적인 감축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샅바싸움을 이어갔다. 글래스고의 쌀쌀한 가을 날씨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반면 행사장 밖은 후끈 달아올랐다. 코로나19 백신 불평등 수급 문제를 지적하며 COP26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결국 글래스고에 왔고 이번에도 주인공이 됐다. COP가 세계 정상들의 말잔치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더이상 블라블라(어쩌구저쩌구)하지 말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툰베리의 연설을 바로 앞에서 보기 위해 청중들과 2시간을 선 채로 기다리다 반가운 마음에 그의 연설을 들어서인지, 그의 모든 말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가 세계 정상들을 비판하며 “우리가 리더”라고 말했을 때 청중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서로 온도가 다르지만 글래스고의 목소리는 하나의 선언문으로 기록됐다. 폐막식 이후 공개된 최종 선언문에는 8개 주제의 71항의 약속이 적혀있다. 완화(감축)보다 적응을 앞서서 강조한 점이나 석탄과 ‘비효율적’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감축(phasedown)을 약속한 20번째 항이 다른 총회와의 차별점이다. 선언문에 석탄이라는 에너지원에 대한 퇴출 방향을 명시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있고, 중국과 인도에 의해 석탄의 퇴출이 아닌 감축에 그친 반쪽짜리 선언문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 선언문 자체가 현재 인류가 기록하는 기후위기 대응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새해에도 이어지는 27차 총회가 이집트에서 열린다. 한국은 2028년 33차 총회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 한국은 어떤 변화의 길을 걸을까. 기후위기 대응의 역사를 빠르게 밟아가고 있는 한국이 2022년 기후변화 뉴스의 주인공이길 희망하며, 뜨겁고도 차가웠던 2021년을 마무리한다. 

 

 

한겨레 기후변화팀장 최우리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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