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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⑧ 화산폭발이 야기하는 기후변화, 강수량 감소·곡식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⑧


화산폭발이 야기하는 기후변화, 강수량 감소·곡식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 글 : 이지현 칼럼니스트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이제껏 인류가 걸어왔던 과거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문명에 영향을 준 여러 사례를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해보려 합니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① 기후변화, 4대 문명과 고대 그리스 문명을 견인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09939455)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② 기후변화, 마야 문명을 바꾸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81034977)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③ 기후변화가 가져온 식량위기, 명나라를 몰락시키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07531093)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④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병, 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33417799)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⑤ 기후변화, 현대문명을 불태우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89232488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⑥ 기후변화로 국가 수도가 바뀐다, 물에 잠기는 도시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05193765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⑦ 상승하는 해수면, 가라앉는 삶의 터전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52389127)

 

 

지난 1월 15일, 평화롭던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었습니다. 해저화산 훙가통가훙가하파이가 갑자기 분화했기 때문인데요, 분연주*의 높이가 20km에 달할 만큼 큰 폭발이었습니다. 

 

*분연주 : 화산 분화 발생 시 형성되는 뜨거운 화산재와 화산가스로 이루어진 기둥 모양의 구름

 

 

이 폭발로 섬 대부분은 지진해일의 영향을 받았고 검회색 화산재와 흙더미가 통가 전역을 뒤덮었습니다. 285만㎡ 규모에 달하는 육지가 소멸되었고, 통가 국민 10만 명 중 8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화산 폭발의 여파는 세계 곳곳으로 번져갔습니다. 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미국의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칠레와 페루까지 크고 작은 쓰나미를 겪었고, 많은 양의 화산재로 인한 해양 오염 등 환경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저화산이 폭발하기 전(왼)과 화산이 폭발한 후(오른)의 사진입니다.
해저화산이 폭발하기 전(왼)과 화산이 폭발한 후(오른)의 사진입니다. 

화산 폭발 후 통가의 수도인 누쿠알로파 항구는 잿빛 화산재에 뒤덮였습니다. ⓒ막사테크놀로지

 

 

화산 폭발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은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활발하게 연구되었습니다. 피나투보 폭발은 1912년 발생한 알래스카 노바룹타 화산 폭발에 이어 20세기 2번째로 큰 화산 폭발로 기록될 만큼 피해가 컸습니다. 피나투보산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90km 떨어진 루손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991년 폭발할 때까지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하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나투보 화산이 다시 폭발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6월 9일 갑자기 분화를 시작한 화산은 사흘 뒤인 12일에 대폭발을 일으켰는데요, 원자폭탄이 터진 듯 버섯구름이 치솟고 산의 정상 부분은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쏟아져 나온 용암은 10km 이상 흘렀고, 산을 중심으로 반경 20km 안은 두꺼운 화산재로 뒤덮였습니다. 약 10km²의 농지와 4만여 채의 집이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64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피나투보 화산 대분화 사진
분연주는 최고 40km에 달하였고, 대분화로 인해 

산체 내부가 비면서 피나투보 화산의 높이는 

1,745m에서 1,485m로 낮아졌습니다. ⓒ부산일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날 필리핀에는 태풍 유냐(Typhoon Yunya)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태풍은 화산재 구름과 만나 피해를 가중시켰습니다.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량의 화산재로 섬 전체는 하루 반나절 동안 암흑에 휩싸였고, 태풍의 이동 경로에 따라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변 국가들도 화산재 피해를 겪었습니다.

 

특히, 루손섬은 화산 폭발의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용암뿐 아니라 태풍과 결합하여 점성이 약해진 화산재가 물과 섞여 흐르는 화산이류 현상이 발생하여 모든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기고, 주요 도로가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루손섬 산악 지역에 머물며 농사를 짓던 이에타 족의 피해는 더 컸습니다. 부족 대부분은 다른 섬으로 이주를 해야 했고, 사망자도 800여명이 넘었습니다. 

 

화산이류 사진
화산재가 쏟아져 내리는 화산이류는 발생 속도가 빠르고, 

시멘트 반죽처럼 무겁고 밀도가 높아 주변 모든 가옥과 도로, 농장을 파괴합니다. ⓒwikipedia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지구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폭발 후 약 20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황과 화산재 등이 성층권에 도달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성층권은 일반적으로 지표에서 10~50km 사이에 있습니다. 성층권은 높아질수록 온도가 상승하고 공기의 대류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대기 상태가 매우 안정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층권은 여객기의 항로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성층권까지 도달한 피나투보 화산 분출물은 전 지구를 순환하며 두꺼운 구름을 생성하였습니다. 이 구름은 태양의 가시광선을 산란시키고 태양 복사를 반사하여 대기 중의 알베도(albedo, 빛을 받았을 때 반사하는 정도)를 증가시켰습니다. 알베도가 높아지면서 태양으로부터 받는 지구의 에너지가 감소하였고, 그 영향은 2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성층권의 오염물질은 증가하게 됩니다. 성층권에 머물게 된 오염물질은 지구 표면의 냉각 효과를 일으킵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성층권의 오염물질은 증가하게 됩니다. 

성층권에 머물게 된 오염물질은 지구 표면의 냉각 효과를 일으킵니다. ⓒzdnet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2~3년 동안 약 0.2~0.5도 낮아졌고,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빛은 약 2.5% 감소했습니다.

 

이는 식물의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식물은 햇빛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인데요,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옥수수의 생산량은 약 9.3%, 쌀과 밀 등은 4.8% 줄었습니다. 화산폭발로 인한 기후변화로 식량공급의 안정성이 낮아지게 된 셈입니다. 

 

강수량도 화산 폭발에 의한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해 포스텍 환경공학부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취리히공과대, 에든버러대가 공동연구로 밝혀낸 바에 따르면 화산 폭발 이후, 육지 강수량은 감소했습니다. 연구팀은 화산 폭발 다음 해에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오르고, 적도 태평양 무역풍이 약해지는 엘니뇨가 공통적으로 발생하였고, 동남아시아, 인도, 남아프리카, 중남미, 호주를 포함한 몬순 지역에서 강수량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강수량 감소는 물 부족을 야기하고 곡물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화산 폭발은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폴리에서 번영하던 도시 ‘폼페이’를 완전히 멸망시킬 만큼 강력한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과학적 관측과 과거 기후 분석을 통해 이번 세기 중 피나투보 화산과 같은 대형 화산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는데요, 화산 폭발은 지구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만큼 더 많은 연구와 대비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 참고자료

 

화산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_국립기상과학원

 

초거대 화산분화와 기후변화_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화산재 양에 따른 피해와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_Korea Science

 

화산재가 농작물 및 농업시설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_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 논문

 

기후변화가 세계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_서울대학교 이변우 논문

 

통가 화산 폭발이 남긴 이례적 기록들_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1822

 

화산폭발하면 식량 생산성 줄어든다_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3541

 

화산폭발이 전 지구 강수량 줄인다_포항공과대학 산업협력단

http://aif.postech.ac.kr/index.php/notice/?mod=document&uid=262

 

화산 폭발이 지구 강수량 줄인다…엘니뇨 유발_사이언스타임즈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99%94%EC%82%B0-%ED%8F%AD%EB%B0%9C%EC%9D%B4-%EC%A7%80%EA%B5%AC-%EA%B0%95%EC%88%98%EB%9F%89-%EC%A4%84%EC%9D%B8%EB%8B%A4%EC%97%98%EB%8B%88%EB%87%A8-%EC%9C%A0%EB%B0%9C/

 

화산 폭발로 방출되는 물질. 우리 삶에 주는 영향_케미컬뉴스

http://www.chemica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3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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