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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택소노미, 무슨 뜻일까? 쉽게 알아보기

EU 택소노미, 무슨 뜻일까? 쉽게 알아보기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 발전을 녹색 경제활동에 포함하여 이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으로 인정한 ‘EU 택소노미(Taxonomy)’를 내놓으면서 논쟁이 격화됐습니다. 일각에서는 EU가 탈원전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죠. 하지만 EU 택소노미는 그렇게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닙니다. 

 

먼저 EU 택소노미가 등장한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택소노미(Taxonomy)’는 사전적 의미로 ‘분류 체계’를 뜻합니다. 동물/식물, 유기물/무기물 같은 분류법이 바로 택소노미입니다. 왜 분류법이 중요할까요? EU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EU 택소노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친환경인 것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별해 민간 투자와 경제 활동이 친환경으로 향하도록 인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EU 택소노미는 지속 가능한 투자를 촉진하고자 재무 정보를 포함하여 비재무적 정보, 즉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업이 녹색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게 행동하는 위장 친환경 행위, 즉 그린 워싱(green washing)을 걸러내고 친환경 성장 동력을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수단으로 택소노미가 탄생한 것입니다.

 

금융기관, 규제기관, 투자자 같은 경제 주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EU 택소노미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신용, 보증 영역에서 녹색 상품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 규제 기관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금융섹터의 녹색화를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죠. 은행이 녹색 기업에 대출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하여 택소노미에 기반을 둔 규제를 지원하거나 지속 가능성 관련 보고 및 공시를 위한 신규 가이드 라인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녹색 투자를 위해 지속 가능성 기준에 맞는 상품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EU 택소노미는 6개의 환경 목표를 설정합니다. 1. 온실가스 감축 2. 기후변화 적응 3. 수자원 및 해양생태계 보호 4. 자원순환 경제로 전환 5. 오염물질 방지 및 관리 6.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복원의 목표가 그것입니다. 하나 이상의 목표 달성에 상당히 기여하면서 다른 목표들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이라 할 수 있죠.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것이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친환경 산업이고 ‘그린 워싱’인지를 구분하는 판단 기준도 제시합니다. 목표뿐만 아니라 판단 기준에 적합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사용합니다.

 

* 포지티브 방식 :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사항만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금지하는 규제방식을 뜻한다. 반대로 금지되는 사항을 명시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항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규제방식은 네거티브 방식(포괄주의)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EU 택소노미의 친환경 에너지에 원자력을 포함한 것은 목표 달성을 위한 실용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안전성과 환경성 보장을 위한 매우 엄격한 조건이 따라 붙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조건들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오히려 원전에 대한 규제를 더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EU가 제시한 원자력 활동이 녹색 활동으로 포함되기 위해 따라야 할 기준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갖추고 상세 운영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셋째, 원전 폐기에 사용할 기금을 갖춰야 합니다. 넷째,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써야 합니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기란 결코 쉽지 않죠. 특히 반감기가 수만에서 수십만 년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시설은 부지 확보에만 수십 년이 걸리는 문제입니다. 현재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만 있고, 그나마도 '건설 중'입니다. 처리장을 갖춘 핀란드나 스웨덴이라 할지라도 핵연료에 대한 대책 없이는 신규 건설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당장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Accident Tolerant Fuel)'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기술입니다. 

 

택소노미는 단지 금융 투자자에게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이는 향후 각국 정부 정책을 비롯해 국제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도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K-taxonomy)를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습니다. 분류 체계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꼭 필요한 택소노미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며 녹색 활동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한 EU 택소노미를 발표하는 EU집행위원회 위원 © EU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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