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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⑫ -

브라질,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⑫ -

 

* 글 : 이지현 칼럼니스트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이제껏 인류가 걸어왔던 과거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문명에 영향을 준 여러 사례를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해보려 합니다.

 

 

브라질 북부 도시 마나우스(Manaus)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대에 있는 도시입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강의 지류가 합쳐지는 곳으로 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요, 마나우스는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자유무역지대(Manaus Free Trade Zon, ZFM)’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마나우스는 총 7번의 대홍수를 겪으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마나우스는 ‘네그루강’과 ‘솔리몬에스강’이 만나 흐르는 아마존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조선일보 

 

 

 

국지성 폭우로 위기를 맞은 도시들 

 

지난 1월, 미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UEA)의 틴들 기후변화센터 연구팀은 지구 기온 상승이 강 주변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UEA의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강 유역은 지구 기온 상승에 따른 홍수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었는데요, 1.5°C에서 4°C까지 기온이 상승할 경우 빈도와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홍수 위험은 최대 5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홍수가 닥쳤던 2020년, 네그루강은 29.98m의 수심을 보이며 범람했습니다. 이는 1902년 기록을 시작한 이후 최고 수심인데요, 45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고 도시는 물에 잠겼습니다. 마나우스 주민들은 나무판자와 벽돌 등을 이용해 집 안 바닥을 높였고, 도심의 호텔은 10m 이상 바닥을 높이는 등 여러 대비를 했지만, 여전히 피해는 컸습니다. 약 36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아마존 주 35개 자치단체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해마다 심해지는 홍수 피해를 막고자 건물의 높이를 높였지만, 강변 마을은 모두 물에 잠겼고, 걸어다니던 

길은 뱃길이 되었습니다. ⒸUEA

 

 

브라질의 우기는 10월부터 3월까지로 12월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립니다. 12월 평균 강우량은  219mm정도인데요, 최근 몇 년 동안 홍수 피해가 커진 이유는 서너 시간 만에 한 달 평균 강우량을 뛰어넘는 기록적인 비가 폭탄처럼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브라질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시에서는 3시간 동안 258mm의 폭우가 내려 가옥과 도로가 침수되고, 산사태로 작은 마을이 흙에 묻히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국지성 폭우의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브라질의 루나 그리프 지질과학 연구원은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더 많은 수분을 포함하게 되었고, 이는 강력한 폭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7개월째 브라질 북동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쏟아 붓는 물폭탄으로 500여 도시는 비상사태를 발동했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폭우가 극단적 이상 기후 현상의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후변화, 극심한 가뭄으로 이어지다  

 

대홍수가 닥친 북동부와 달리 남부와 중서부 지역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된 대가뭄은 농작물 생산에 악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브라질의 경제 위기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1년 브라질 최대 콩 생산지역인 남부지역의 가뭄 피해액은 무려 10조 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은 브라질의 증발응력지수(Evaporative Stress Index, ESI)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증발응력지수’는 위성영상을 기반으로 증발산량을 계산하여 가뭄의 척도를 나타낸 수치입니다. 기존의 가뭄지수와 비교하면 가뭄 모니터링 및 토양수분 산정에 더욱 적합한데요, 증발응력지수를 분석한 결과 브라질의 주요 농작물을 생산하는 지역의 물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한 편이었습니다.

 

 


브라질의 가뭄 지역은 대부분 콩, 오렌지, 옥수수, 커피 등이 생산되는 농업 지대입니다. ⒸFolha de Sao Paulo

 

 

지난해 우기인 10월부터 3월까지 브라질 남동부와 중서부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57%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브라질 곳곳에 위치한 분지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한데요, 가뭄이 심각해진 지난 10년간 누적 강우량은 연평균 강수량을 밑돌았습니다. 특히 파라나 강 유역 도시의 피해가 큰 상황입니다. 파라나 강은 1999년 이후 최저 수위를 기록했습니다. 수심이 낮아지면서 강을 이용한 물류 운송에 차질이 생겨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생겼습니다. 또 파라나 강은 주민들의 생계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어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던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있으며, 수력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에너지 요금마저 상승하고 있습니다.

 

 


파라나 강은 브라질의 주요 식수원이자 관광, 어업, 운송 등의 원천입니다. 계속된 가뭄으로 파라나 강의 수위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지류 중에는 바닥을 드러낸 곳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NASA

 

 

영국 주요 매체 BBC는 브라질의 가뭄이 엘리뇨 기간 동안 시작되었고, 라니냐 기간에는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은 동태평양의 저수온 현상인 라니냐 발생 빈도가 1950년대부터 점차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년에 한 번씩 발생하던 극단적인 라니냐는 지구 온난화로 두 해 연속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강도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해수온도가 낮아지면 강수량은 크게 줄어 가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브라질의 주기적인 홍수와 가뭄은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 동시에 농업 생산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인데요,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도시의 안정과 농산물의 안정적 수급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① 기후변화, 4대 문명과 고대 그리스 문명을 견인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09939455

  ② 기후변화, 마야 문명을 바꾸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81034977

  ③ 기후변화가 가져온 식량위기, 명나라를 몰락시키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07531093

  ④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병, 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33417799

  ⑤ 기후변화, 현대문명을 불태우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89232488

  ⑥ 기후변화로 국가 수도가 바뀐다, 물에 잠기는 도시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05193765

  ⑦ 상승하는 해수면, 가라앉는 삶의 터전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52389127

  ⑧ 화산폭발이 야기하는 기후변화, 강수량 감소·곡식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42072926

  ⑨ 사막화로 인한 재난, 더스트 볼의 비극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89001698

  ⑩ 생물 다양성의 보고 ‘마다가스카르’, 기후변화로 강해지고 잦아지는 사이클론에 신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08007704

  ⑪ 급격한 사막화 겪는 사헬, ‘녹색장벽’ 프로젝트로 해결 가능할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37369422

 

 

* 참고자료

 

대가뭄에 신음하는 '브라질'…기후위기 현실화_YTN사이언스

https://m.science.ytn.co.kr/view.php?s_mcd=0082&key=202110191643106726

중미 국가의 기후변화 적응 주요과제와 협력방안_KIEP 대외 경제정책연구원

브라질 기후변화 환경정책 변화추이_주브라질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br-ko/brd/m_6116/view.do?seq=1159913

남미, 기후 변화로 몸살_KBS뉴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2493232

브라질 북동부 지역 6년째 극심한 가뭄…사막화 빠르게 진행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8/04/262316/

Evaporative Stress Index (ESI)의 국내 가뭄 심도 분류 기준 제시_한국농공학회논문집

해외가뭄 사례와 농업생산 동향_KoreaScience

위기의 남미 파라나강…극심한 가뭄에 물 마르고 습지 불타_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9/846722/

엘니뇨와 라니냐의 발생과 기상 및 기후변화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KOSEN000000000001656&dbt=KOSEN

70여년간 단 두번뿐...'3년 연속 라니냐'로 지구촌 곳곳 '몸살’_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5120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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