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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불타는 유럽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시리즈 ⑬ -

기후변화로 불타는 유럽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⑬ -

 

* 글 : 이지현 칼럼니스트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이제껏 인류가 걸어왔던 과거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문명에 영향을 준 여러 사례를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해보려 합니다.

 

 

2022년 7월 17일~19일, 독일에서는 전 세계 40여 개 국가의 장관들이 참석한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이 열렸습니다. 차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이 자리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집단 자살과 같다고 경고했는데요, 2015년 세계 각국이 파리협정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합의한 이후에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막는 길은 멀기만 합니다. 기금을 조성하여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겠다는 선진국의 합의는 지지부진하고, 각국의 기후목표 달성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늦춰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늦어지고 있지만 자연재해는 그 사이 더욱 빈번해지고 그 여파도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2022년 유럽의 여름 기온 Ⓒweatheronline

 

 

기후변화, 유럽의 여름 풍경을 바꾸다 

 

여름이 더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유럽의 폭염은 ‘사상 최고 기온’을 연이어 갈아치울 만큼 위협적이었습니다. 7월이 되자 영국 일부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40도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몇 해 전부터 45도 가까이 치솟는 기록적인 여름 폭염에 시달려온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서 유럽과 비교하면 영국의 최고 기온 자체는 높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런던의 여름 평균 고온은 23도 정도로 한여름에도 에어컨 등 냉방 기기가 필요 없을 만큼 선선한 편이었습니다. 냉방 시설이 보편화 되지 않은 영국을 덮친 무더위는 영국을 대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철도 선로가 휘고 신호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여 철도시설공단(National Rai, NR)은 철도 운행 속도를 제한하고 일부 노선의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폭염으로 공항 활주로가 부풀어 올라 항공 운항이 멈추는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학교는 일시적으로 휴교하였고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뜨거운 열기는 화재로 이어져 영국 전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런던 동쪽의 웨닝턴(Wennington) 마을은 화재로 불탔고, 옥스브리지(Oxbridge)와 에리스(Erith) 지역의 일부 초원과 농장은 시커먼 재로 변했습니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연구진은 기록적인 폭염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약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불타버린 웨닝턴 마을 ⒸSky News

 

 

프랑스 남부지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2022년 7월, 프랑스 지롱드(Gironde)에서 시작된 산불은 파리의 2배에 달하는 2만 헥타르(200㎢) 이상을 불태웠습니다. 이 화재로 1만 명 이상의 지롱드와 랑드(Dax) 지역 주민이 대피하였고, 마을의 주택과 초원이 불탔습니다. 이번 화재로 발생한 이재민은 약 4만 5000명에 달하는데요, 프랑스 내무부는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산불 피해가 컸던 프랑스 서남부 지역은 유럽에서 가장 큰 사구인 필라 사구(Dune du Pilat)와 와인 농장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입니다. 해안선과 소나무 숲이 조화로운 사구는 시꺼멓게 변하였고, 화마가 휩쓸고 간 마을과 농장은 폐허로 변하였습니다. 

 


불에 타버린 필라 사구의 모습 Ⓒlemonde

 

 

 

폭염·가뭄·화재의 악순환, 원인은 기후변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최고 기온은 45도를 넘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이어진 무더위로 스페인에서는 천명 이상이 숨졌고, 포르투갈에서는 10곳이 넘는 곳에서 산불이 일어나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포르투갈 보건당국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6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요, 47도까지 치솟았던 7월 14일에는 무려 440명이 무더위로 숨졌습니다. 건조한 날씨도 피해를 가중시켰습니다. 

 

영국 기상청은 유럽의 폭염과 화재를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폭염은 고기압대 정체로 인해 특정 지역이 뜨거워지는 ‘열돔현상(heat dome)’으로 발생합니다. 열돔현상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상층부의 고기압이 오래 유지되어야 하는데요, 보통 고기압이 대기를 덮은 돔 상태로 오래 머무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섞이면 공기의 흐름이 빨라져 정체 상태가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적도와 극지방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온 차가 적어지면 공기를 섞는 제트기류의 힘도 약화 되는데요, 제트기류가 느려지면서 고기압이 정체되거나 저기압이 정체되어 발생하는 극단적인 열돔현상이나 기록적인 폭우가 자주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열돔현상으로 지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면 풀과 나무의 수분은 더 많이 증발해 불이 쉽게 붙습니다. Ⓒjoongang

 

 

EU는 이번 유럽을 덮친 폭염과 화재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습니다. EU 세계가뭄관측(GDO)의 유럽 가뭄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46%가 가뭄 주의, 11%가 가뭄 경보 수준에 도달했는데요,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은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가뭄으로 메마른 땅은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열을 복사열로 그대로 방출하고, 방출된 복사열은 다시 대기를 달궈 열돔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온실가스 증가로 시작된 기후변화가 대기를 정체시키고, 폭염으로 건조해진 토양은 복사열을 방출하고, 가뭄은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유럽환경청(EEA)은 1980부터 2022년까지 기상이변과 관련된 사망 중 90%가 폭염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다음 세기 유럽은 인간이 살기 힘든 땅으로 변할지도 모르는데요, 결국 탄소 배출을 감축하여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이 폭염 피해를 막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 참고자료

 

European Environment Agency - European Union(유럽환경청)

 

Drought in Europe August 2022_ EU GDO 유럽 가뭄 보고서 

https://edo.jrc.ec.europa.eu/documents/news/GDO-EDODroughtNews202207_Europe.pdf

 

산불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_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3338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 증가와 대책_한국방재학회논문집

 

What is a heat dome? - NOAA's National Ocean Service_National Ocean Service

https://oceanservice.noaa.gov/facts/heat-dome.html

 

 

프랑스, 또 대형 산불…영국, 가뭄 공식 선언할 듯_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MYH20220812010100038

 

Incendies en Gironde : la dune du Pilat sera à nouveau accessible dès mercredi dans des « conditions sécurisées_르몽드지

https://www.lemonde.fr/climat/article/2022/07/26/incendies-en-gironde-reouverture-mercredi-de-l-acces-a-la-dune-du-pilat-dans-des-conditions-securisees_6136210_1652612.html

 

[기후환경 리포트] 유럽이 불타는 이유‥미래 지구의 경고_MBC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today/article/6390904_35752.html

 

지구촌 때이른 폭염에 학계 “인간이 부른 재앙” 의심_sciencetimes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A7%80%EA%B5%AC%EC%B4%8C-%EB%95%8C%EC%9D%B4%EB%A5%B8-%ED%8F%AD%EC%97%BC%EC%97%90-%ED%95%99%EA%B3%84-%EC%9D%B8%EA%B0%84%EC%9D%B4-%EB%B6%80%EB%A5%B8-%EC%9E%AC%EC%95%99-%EC%9D%98%EC%8B%AC/

 

Entire row of houses destroyed after wildfire rips through edge of London_Metro

https://metro.co.uk/2022/07/19/london-several-houses-destroyed-after-grassfire-rages-out-of-control-17028563/

 

폭염·산불로 불타는 유럽···‘핫스팟’ 된 이유는_경항신문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07191619001

 

세계를 강타한 폭염, 열돔 때문이다_과학향기

https://scent.kisti.re.kr/site/main/archive/article/%EC%84%B8%EA%B3%84%EB%A5%BC-%EA%B0%95%ED%83%80%ED%95%9C-%ED%8F%AD%EC%97%BC-%EC%97%B4%EB%8F%94-%EB%95%8C%EB%AC%B8%EC%9D%B4%EB%8B%A4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① 기후변화, 4대 문명과 고대 그리스 문명을 견인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09939455

② 기후변화, 마야 문명을 바꾸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381034977

③ 기후변화가 가져온 식량위기, 명나라를 몰락시키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07531093

④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병, 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되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33417799

⑤ 기후변화, 현대문명을 불태우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89232488 

⑥ 기후변화로 국가 수도가 바뀐다, 물에 잠기는 도시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05193765

⑦ 상승하는 해수면, 가라앉는 삶의 터전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52389127

⑧ 화산폭발이 야기하는 기후변화, 강수량 감소·곡식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42072926

⑨ 사막화로 인한 재난, 더스트 볼의 비극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89001698

⑩ 생물 다양성의 보고 ‘마다가스카르’, 기후변화로 강해지고 잦아지는 사이클론에 신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08007704

⑪ 급격한 사막화 겪는 사헬, ‘녹색장벽’ 프로젝트로 해결 가능할까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37369422 

⑫ 브라질,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810039013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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