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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 고기압!

이상기후의 원인은 기후변화가 낳은 블로킹 고기압

 

 

2022년 여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또 다시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 재해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으로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여름이 상시 서늘했던 영국과 북유럽에서 섭씨 40도가 넘는 이상 고온이 나타났고, 잔혹한 폭염에 유럽 남서부에서는 1,500여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산불과 건물의 화재 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블로킹 고기압으로 전 세계가 이상기후를 겪었습니다. © 국민일보

 

 

우리나라도 심각했습니다. 기상청도 ‘역대급 폭우’라 할 만큼 서울에서는 그야말로 폭포비가 내려 도로와 지하철이 침수되었고, 안타깝게도 사망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8월 8일 하루 강수량이 381.5㎜로 서울 역대 최고 기록(354.7㎜, 1920년 8월2일)을 넘어섰습니다.

 

도대체 이런 기상 이변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른바 ‘블로킹 고기압’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자연재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기의 자연스런 흐름을 막는 블로킹 고기압

 

‘블로킹 고기압’이란 무엇인가를 막는다는 블로킹의 단어 뜻 그대로 거대한 고기압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대기 흐름을 정체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압이 정체되면서 한쪽은 저기압의 영향을, 다른 쪽은 고기압의 영향을 계속 받게 됩니다. 이번 유럽에서 폭염이 발생할 당시 포르투갈 연안에는 저기압이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이 저기압이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뜨거운 공기를 마치 펌프처럼 서유럽 쪽으로 밀어 올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저기압이 사라져야 폭염도 가라앉을 텐데, 유럽 대륙에 공기 흐름을 완전히 막아선 거대한 고기압이 버티고 있었던 것입니다.

 


2022년 유럽을 폭염으로 들끓게 한 블로킹 고기압의 모습 © ytn

 

 

미국의 폭염도 똑같은 원인으로 발생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거대한 블로킹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서쪽 지역에 폭염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남서부의 애리조나 피닉스에선 6월 수은주가 45.6도를 기록했고 데스 밸리에선 51도를 찍었습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였습니다.  

 

블로킹 고기압은 유럽에 뜨거운 공기를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상황도 처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프리카 동쪽에 자리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지역은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우기인데도 비가 오지 않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가뭄으로 700만 마리 이상의 소, 염소, 낙타 등의 가축들도 폐사하면서 아프리카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2022년 여름의 폭우도 블로킹 고기압의 영향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 sbs

 

 

우리나라가 이번에 겪은 폭우도 역시나 블로킹 고기압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정체전선에 의해 형성된 강한 비구름대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체전선은 찬 공기(한랭전선)와 따뜻한 공기(온난전선)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정체 중인 상태를 말합니다. 

 

열과 수증기를 포함한 열대저압부가 오호츠크해에서 고기압 블로킹 벽을 만들어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았습니다. 이에 따라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만나 장마철과 유사한 정체전선이 만들어진 것이죠.

 

우진규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러시아 캄차카반도에 위치한 고기압(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블로킹 구실을 해 공기의 동서 흐름을 막으면서, 북서쪽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흘러내리게 하고 있다. 또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뜨거운 수증기가 우리나라 동쪽에 자리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돼 정체전선이 형성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 블로킹 고기압 가속화하는 주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블로킹 고기압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블로킹 고기압은 북극 고온 현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해 북극이 더워지면서 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추운 공기가 동아시아로 밀려 내려오기 시작하고,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대치하며 블로킹 고기압이 발생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극 지역과 중위도의 기온 차이가 크면 클수록 두 지역 사이에 강한 바람이 불고, 제자리에 멈춰 있는 블로킹 고기압이 잘 형성되지 않습니다. 온난화는 극 지역과 중위도의 기온 차이를 점점 줄이고 있고, 그 결과 블로킹 고기압이 더 자주, 더 많이 만들어져 지구 날씨가 극단적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는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실제 우리 일상을 혼돈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40도 폭염으로 국가 기반 시설이 멈추고 매년 여름마다 폭우로 고통 받는 일이 새로운 일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연관 콘텐츠

 

기후변화로 불타는 유럽(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13)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862985658 

 

[에너지 지식백과] 기후변화편 ①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803432525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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