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을 한반도에 띄울 실증로 건설이 시작된다

인공태양을 한반도에 띄울 실증로 건설이 시작된다

 
 
2022년 12월,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서 전해진 소식은 전세계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습니다.
국립점화시설에서 진행한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핵융합의 상용화에 필수적인 '점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증한 '획기적인 성과'라고 자평했습니다.
 
물론 이번 실험에 대해 아직 한계가 여전한 반쪽짜리 성과라는 평가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SF영화에 나오는 공상 속의 에너지 정도로 생각했던 핵융합의 연구가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핵융합연구소 사진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이미지 주소 : https://www.thedailypost.kr/news/photo/202302/91645_88939_338.png
 
 
 
 
하늘의 태양을 지상에서 재현하려는 인류의 도전
 
현재 세계 각국의 에너지믹스는 기존 화석연료 중심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이슈로, 아직은 수급 안정성이 부족한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대용량의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걱정이 없는 핵융합은 ‘탄소중립의 실현’과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는 국제적 이슈를 동시에 해결하는 대용량(기저발전 역할) 청정 에너지원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핵융합 에너지의 원리
핵융합 에너지의 원리
이미지출처: 한구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처럼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지만, 태양 중심처럼 1억 ℃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원자핵들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도록 인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야 하고, 이 고온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는 기술과 설비를 개발해야 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드는 막대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핵융합 연구진들은 초고온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여러 방식의 연구에서 점진적이나마 성과를 거두며 핵융합 상용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핵융합 반응 유도 방식 비교 
자료 출처 : 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20-11호 <핵융합 에너지>
 
 
핵융합 에너지의 기술적 난제들로 발전 상용화까지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소요되는 현실은 인류 역사상 최대규모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성사되었습니다.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중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참여하는 이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우리 대한민국도 참여하여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 모식도
프랑스 카다라쉬 ITER 건설 현장

프랑스 카다라쉬, ITER 건설 현장 
이미지 출처 : ITER 홈페이지 https://www.iter.org/
 
 
 
한국, KSTAR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ITER에서 높은 기여도
 
한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핵융합 연구를 본격화하여 강대국들에 비해 후발주자에 속합니다.
하지만 국내기술로 2007년에 완공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연구/운영하여 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핵심기술을 습득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초전도 토카막 장치에서 1억 ℃의 플라즈마 이온온도를 구현하는 등 글로벌 수준의 연구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1억 ℃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드는 방식 증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토카막’ 방식과 레이저를 이용한 방식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리고 KSTAR와 ITER는 모두 동일한 토카막 핵융합 장치입니다. 
‘토카막’으로 불리는 도넛 형태의 핵융합 장치 안에 강력한 자기장을 내는 초전도 자석을 설치해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입니다. 
 
KSTAR 실험로 
KSTAR 실험로
이미지 출처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https://www.kfe.re.kr/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 모형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 모형 / 
출처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 ITER 한국사업단 홈페이지 https://www.kfe.re.kr/menu.es?mid=a10201040000
 
 
현재 프랑스 남부의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ITER의 설비 품목은 86개로 세분화되어 회원국별로 할당되었고, 각국이 할당 품목을 제작/조달하면 프랑스 현지에서 실험로를 조립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2003년부터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리 한국은 KSTAR 개발 과정에서 얻은 핵융합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2003년부터 ITER 설비 품목 10종류의 개발 및 제작/조달을 맡고 있습니다.
이중 초전도 도체를 2014년에 조달 완료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현재 진공용기 본체와 조립장비의 조달도 완료하였으며, 추가적으로 ITER 비조달 핵심기술인 테스트 블랑켓 모듈(TBM), 장치통합제어(CODAC)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달품목 정보
자료 출처 : 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20-11호 <핵융합 에너지>

 
 
ITER은 현재 건설 중인 장치의 완공 후, 단계적 실험을 통해 2035년 에너지 증폭율 10배 달성과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목표로 합니다.
ITER 프로젝트의 주요 일정 및 목표가 달성되면, 참여국들은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가별 R&D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한국, 초고온 플라즈마 1억℃의 벽을 넘어서다.
 
핵융합 발전은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최대 300초간 유지할 수 있어야 24시간 정상상태로 운전할 수 있습니다. 
핵융합 연구에 나선 세계 각국은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며 한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KSTAR 내외부 구성요소 
자료 출처 : 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20-11호 <핵융합 에너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KSATR로 진행한 플라즈마 발생 실험은 2007년 완공 이후부터 2023년 2월 중순까지 무려 3만 2769회에 달합니다. 1년에 약 3000회 이상 실험에 매진한 것입니다.
이처럼 부단한 노력 덕분에 한국 연구진들은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내왔습니다. 
2018년 처음으로 플라즈마 온도를 1억℃로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한 후, 플라즈마 유지 시간을 계속 늘려왔습니다. 
2020년에 20초 연속 운전에 성공했고, 2021년 11월에는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간 유지해 운전했습니다. 이는 당시 미국과 중국, 일본 등도 해내지 못한 세계 최장 기록이었습니다.
 
 
 대전 유성구의 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 실험동. 냉각수 설비와 기체헬륨저장용기, 통합운전제어실, 주장치실 등으로 구성 
대전 유성구의 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 실험동. 냉각수 설비와 기체헬륨저장용기, 통합운전제어실, 주장치실 등으로 구성
이미지 출처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https://www.kfe.re.kr/
 
 
 
한국 연구진들의 다음 목표는 2023년에 초고온 플라즈마 1억℃ 50초 운전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KSTAR의 업그레이드를 거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를 담아두는 진공용기인 토카막의 하단부를 둘러싸며 보호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디버터(열배출기)’를 텅스텐 소재로 교체하는 중입니다.
텅스텐은 녹는 점이 금속 중 가장 높아 KSTAR 운전 온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KSTAR(한국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를 가상공간에 구현한 모습. 이를 통해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성능을 미리 검증할 수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KSTAR(한국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를 가상공간에 구현한 모습. 이를 통해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성능을 미리 검증할 수 있다. / 영상=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또한 KSTAR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플라즈마 가열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56PF급 슈퍼컴퓨터로 (1PF는 초당 1000조번 연산) 초고온 플라즈마를 300초간 유지하고 운전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하고, 3차원 분석을 통해 가열 장치 운전 등을 최적화할 예정입니다.
한국 연구진들은 이런 실험을 통해 2026년에는 1억℃ 초고온 플라즈마를 300초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핵융합 실증로를 구현했을 때 내부에서 진행되는 핵융합 반응
핵융합 실증로를 구현했을 때 내부에서 진행되는 핵융합 반응. / 영상=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핵융합 상용화로 나아가기 위한 실증로 건설 계획
 
핵융합 에너지를 구현하려면 빨라도 10년 이상, 늦으면 25년 이상 필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부는 2050년대 핵융합 실현을 위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2035년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한 뒤 핵융합 8대 핵심기술 확보하고 여러 여건을 고려해 국내 실증로 건설을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2월 23일 제18차 국가핵융합위원회를 개최하고, 핵융합 실현을 위한 ‘전력생산 실증로 기본개념’을 발표했습니다.
 
핵융합 핵심기술 확보 장기 일정(안)
핵융합 핵심기술 확보 장기 일정(안)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KSTAR에서 실험 중인 규모를 키워 2035년까지 500㎿급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한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삼중수소 자급률을 확보하고, 핵융합의 안전선 검증과 경제성 평가 기능 데이터를 확보할 것입니다.
한국이 건설할 실증로는 토카막 노형으로 주반경 7m 이내, 장치 가동률 60% 이상, 설계 수명 40년 이상, 안전기준 지진 7.0이 목표입니다.
 
한국이 ITER 프로젝트 참여 과정에서 얻은 장치 건설과 운영, 실험 데이터들도 한국형 실증로 설계와 건설에 활용될 것입니다. 
정부는 2023년 상반기 중에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증로 설계 태스크포스’를 결성하고, 2026년까지 실증로 예비개념 설계, 2030년에는 개념 설계에 들어가서, 2035년까지 공학 설계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로 개발(안)
출처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https://www.kfe.re.kr/menu.es?mid=a10201020000​​  
 
한편 정부는 ITER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핵심기술 확보와 핵심 부품의 국내 조달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실증로 연료 자급을 위한 '증식블랑켓'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가 참여 중인 ITER 테스트블랑켓모듈(TBM) 프로그램은 EU와 양자 공동개발 협력으로 전환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핵융합 저변 확대를 위해 레이저 방식 등 새롭게 부상하는 핵융합 혁신기술 기초연구도 지원할 것입니다.
 
 
 
핵융합에너지 개발 추진계획(안)
 출처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미래에 완공될 한국형 실증로를 기대하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성과로 새롭게 핵융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누군가는 뜻밖에도 많은 진전을 이룬 연구에 감탄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ITER 프로젝트’라는 인류 공동의 번영을 위해 수십 년간 진행되는 국제적 협력에 감동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한국인 중에는 핵융합 연구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히 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인공태양을 지상에서 구현하여 꿈의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일은 아직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진들의 땀과 노력이 그 결실을 거두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미래에 건설될 한국의 핵융합 실증로를 기대해봅니다. 
 
 
 
 
자료 출처 : 
 
ITER 홈페이지
https://www.iter.org/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https://www.kfe.re.kr/
 
한국전력기술
https://www.kepco-enc.com/portal/contents.do?key=1255
 
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20-11호 <핵융합 에너지> 여준석・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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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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