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칼럼] 5년간 원전업계 구박…전기료 인상은 '인과응보'인가

호당 정전시간, 2018년 7.64분→2022년 8.21분 지속 증가

2007년 신고리 3·4호기 착공 덕에 2019년 원전 발전 늘어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안 써도 될 비용 기회비용으로 낭비

뉴시스 김경원 경제부장



“뭐라고 답변하기가 곤란합니다.” 에너지 분야의 한 공사 임원이 ‘지난 5년간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질문을 했던 이유는 지난 정부 때인 2018~2019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출입했던 시절이 떠올라서였다. 당시 취재 현장에서 기재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는 경제를 복지 논리로 풀어낸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산업부의 ‘탈원전 정책’은 대한민국 경제를 흔들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탈원전 정책 탓에 대한민국 경쟁력 중 하나인 ‘저렴한 전기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품질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전기품질 판단 기준인 1가구당 연간 평균 정전시간인 '호당 정전시간'(SAIDI)을 보면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호당 정전시간은 지난 2013년 10.24분에서 2018년 7.64분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2019년 7.70분으로 반등한 뒤 2020년 8.01분, 2021년 8.06분, 2022년 8.21분 등 증가 추세로 바뀌었다. 

연도별 배전 호당 정전시간

연도별 배전 호당 정전시간


전기 공급도 걱정됐다. 원전은 보통 착공부터 준공까지 7년가량 걸린다. 부지선정까지 감안하면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량은 늘리는 게 어렵다. 하지만 한번 늘리면 최소 40년 이상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은 2012년 2만716㎿를 기록한 후 2015년과 2016년 2만1716㎿, 2만3116㎿로 늘었다. 이후 2017년과 2018년 2만2529㎿, 2만1850㎿로 감소한 뒤 2019~2021년 2만3250㎿로 증가했다. 이는 신고리 3·4호기 등 신규 원전 설비가 늘어난 덕분이었다. 신고리 3·4호기는 문재인정부와는 무관하다. 지난 2001년 건설기본계획이 확정돼 2007년 9월 착공했기 때문이다. 신고리 3호기는 2016년말 완공됐지만 준공식을 열지도 못하고 있다가 2019년 신고리 4호기와 함께 준공식을 개최했다.

지난 정부 때 원전 계속운전 승인을 늦춘 결과, 지난 8일 고리 2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40년 만에 불이 꺼진 셈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4월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계속운전을 신청한 셈이다. 한수원이 오는 2025년 6월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을 목표로 하지만 최소 2년간 가동은 힘든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 이후 태양광 발전은 2016년 3716㎿에서 2022년 2만975㎿로 564.5% 급증했다. 다만 태양광과 수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비싸다는 게 문제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원전에서 비싸고 불안정적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가 대폭 커졌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보조금도 한전 경영실적에 부담을 줬다. 

연도별 연료원별 발전설비

연도별 연료원별 발전설비


원가 상승은 전기료를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전 정부는 전기료 인상을 막았다. 원가 상승으로 전기료 상승이 뻔한데도 다음 정권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번 정부도 정치 논리로 전기료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는 경제의 논리로, 복지는 복지의 논리로, 정치는 정치 논리로 풀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대한민국은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안 써도 될 비용을 기회비용으로 낭비했다. 잃어버린 산업부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이제는 정상화해야 할 때다. 


​​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 블로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