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례 시리즈] 독일편②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이슈의 국민 수용성, 외국의 사례는?

독일편(2)


방사성페기물 처분장 선정과 시민사회의 반발

앞서 언급했다시피 독일은 1960년대 초반부터 모든 방사성폐기물을 심층 암염층에 처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부지를 선정해왔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장 선정은 늘 쟁점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고어레벤(Gorleben) 지역입니다.

고어레벤 암염광산의 사용후핵연료/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고어레벤(Gorleben) 암염광산의 사용후핵연료/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사진출처) BGE (Bundesgesellschaft für Endlagerung)
         https://www.bge.de/


1977년 2월, 서독의 사민당 정부와 니더작센(Niedersachsen) 주 정부가 고어레벤 지역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연료 가공 시설, 심지층 처분을 위한 소금광산 등 모든 종류의 방사성폐기물 시설을 포괄하는 복합처분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와 동의 절차가 없었고, 정보 공개도 부실했습니다.
정부의 결정에 니더작센 주의 녹색당(Grüne Liste Umweltschutz)은 관련 심포지움과 청문회를 개최하고, 지역 주민 1,200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고어레벤에서의 시위는 최종처분장이나 원전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의 상징이 되었기에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 폐기물이 고어레벤에 도착할 때마다 큰 시위가 있었고 많은 경찰병력이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들은 방사성폐기물이 공공도로나 철로를 사용해서 수송을 한다는 이슈에 더 주안점을 두었고, 이를 통해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금지해야 하고 최종처분장 건설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니더작센 주 지역주민의 대규모 항의 시위
사진 출처) NDR (Norddeutscher Rundfunk)
          https://www.ndr.de/

시민사회의 반대여론으로 최종처분장이 들어서는 정부의 계획안은 유보되었지만, 소금광산을 시험 광산으로 개발하기 위한 표층 및 지하 탐사(각각 1979년과 1986년 착수)와 더불어 중간저장 시설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쌓여감에 따라, 고어레벤은 중앙집중식 핵폐기물 관리구역으로 변모해 갔습니다.
또한 서독은 1980년대 초반, 서독은 2개의 대형 임시저장소를 건설했습니다.
하나는 사용후핵연료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부터 남은 잔여물 저장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국민 수용성 증진을 위한 제도 수립 과정

독일 정부의 정책 기조는 1998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이 집권하고 방향이 바뀝니다.
2000년대 들어 녹색당 출신의 환경부 장관 위르겐 트리틴을 중심으로 워킹그룹 ‘아켄트’(AkEnd)를 조직해서 2년간 연구조사 끝에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에 있어서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역주민 참여’를 보장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자료였지만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서 시민사회의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법안은 2005년 6월부터 독일에서 나오는 모든 고준위 폐기물의 해외 반출과 재처리를 금지하고 심지층에 직접 처분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전 운영 회사들은 12개의 자체 건식 중간저장 시설을 원자력발전소 내에 지어야 했습니다.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이 마련될 때까지 사용후핵연료와 재처리에 따른 고준위 폐기물은 각 발전소 부지에 임시 저장했다가, 대부분 고어레벤의 중앙집중식 중간저장 시설로 보내졌고, 일부는 아하우스(Ahaus)의 저장시설로 보내졌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정치권은 좌/우를 막론하고 에너지전환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습니다.
주정부 협의체는 고어레벤의 부지 선정 및 지질적 적합성 문제로 제기된 오래된 의구심을 인정하고,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새로운 부지 선정 절차를 지지한다고 발표함으로써 고어레벤 문제에 대한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과학계 인사들로 최종 처분 실무그룹(Arbeitskreis Endlagerung)을 구성하여 처분장 부지 물색 및 선정을 위해 기준에 입각한 투명한 절차안을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심지층 처분시설 관련 향후 정책을 수립하면서 각 정당 및 연방과 주정부 간 이해를 조정할 실무그룹이 구성되었습니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위원회의 회의
사진출저-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위원회의 회의. ©Deutsche Presse-Agentur(DPA)

2013년에는 메르켈 정부에 의해 2013년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법’(StandAG)이 제정되었고, 독일 의회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결과 800m 깊이의 광산 처분장과 지상 인프라 건설이 합의되고, 고어레벤의 암염 탐사가 중단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StandAG 법안를 검토하고 부지 선정 절차를 위한 권고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위원회’(EndKo)가 출범하였습니다.
위원회는 안전 및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의사결정의 변경 가능성과 처분된 폐기물의 회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수립하였습니다. 

위원회는 또한 부지 선정 과정뿐 아니라 선정 절차를 설계할 때도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원칙하에 2년 동안 다양한 워크샵과 포럼 등을 개최했습니다.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시민 참여가 동반되는 3단계 절차를 권고하였고, 독일 정부는 2017년 StandAG법을 개정하면서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적용하여 2031년까지 부지 선정을 완료한다는 목표 기한을 설정하였습니다.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에 참여할 국가시민사회이사회(NBG)

독일 정부는 방사성폐기물 부지 선정 및 심지층 처분장 건립과 운영을 연방관리공단(BGE)으로 이관하고, 모든 연방 규제, 허가 및 감독 업무는 방사성폐기물안전청(BfE)으로 이관하는 등 관계부처의 주무 업무를 재정비하였습니다. 

또한 부지 선정 절차를 모니터링하고 시민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다원적으로 구성된 국가시민사회이사회(NBG, Nationales Begleitgremium)를 출범시켜 2016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연방의회가 지명한 12명의 위원과 포럼 및 교육에 참여한 시민 중 대표로 선출된 시민위원 6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전 과정에서 감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처럼 최종처분장 이슈에서 시민사회의 참여를 제도화한 것은 독일에서 새로운 시도입니다.

지금까지 독일은 60여 년에 걸친 방사성폐기물 이슈의 진행 과정에서 기술 관료주의의 폐쇄적 관행을 점차 벗어나 정책 결정 및 집행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습니다.
폭넓은 논의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합의를 도출하려는 독일의 노력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참고자료]

세계 핵폐기물 보고서 2019 –유럽 특집-
WWW.WORLDNUCLEARWASTEREPORT.ORG

2017 한국원자력연차대회 
- 독일의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국민 수용성 증진 사례

산업통상자원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 로드맵(안)’
-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기술 청사진 -

2021 원자력 안전규제 정보회의 
-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안전규제체계 및 추진방향 (KINS 육대식)

‘탈핵’ 코앞으로 온 독일, 핵폐기물 처리 정책은?

https://www.ildaro.com/9079​​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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