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칼럼] 글로벌 에너지위기와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새로운 에너지원은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은 오늘도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과했던 사실은 재생에너지가 주력에너지원으로서 기대했던 에너지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수년째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 독일 전력가격 추이 (인용 : 블룸버그)

 


<그림 > 국내 전력도매가격 추이 (출처 : 전력거래소)

 

에너지위기는 단순히 에너지원이 부족한 것을 떠나 많은 부분들과 연결되어 복합위기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천연가스로 생산되는 비료와 이산화탄소의 부족으로 식품 밸류체인에 문제가 발생해 식량난으로 확대되었고 제품가격보다 더 높은 에너지비용으로 공장은 감산과 폐쇄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에너지위기는 구조적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위기를 증폭시킨 면이 있지만 근본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위기는 전쟁이 끝나도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유럽이 이렇게 어려움에 빠진 이유는 주력에너지원에 문제가 생길 경우 빠르게 기동할 수 있는 당장의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을 지금 당장 시작한다고 해도 완공까지 10년이 필요합니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개발에도 그 정도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됩니다. 해상풍력의 경우도 당국의 허가와 개발완공까지 5~7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그 동안에는 지금과 같은 에너지위기를 감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선의로 시작한 친환경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정책이 오히려 재생에너지를 늘리는데 걸림돌이 되거나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의 에너지 빈곤을 심화시키는 그린쇼크를 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풍력발전은 바람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이 필요합니다. 블레이드에 필요한 발사나무의 85%를 공급하는 에콰도르의 생태계 파괴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광물은 현재 영국 정도를 모두 전기차로 바꿀 수 있을 정도이고 매우 편중된 지역에 매장되어 있으며 아동노동 등 인권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습니다. 전기차와 태양광에 필요한 핵심광물은 중국의 석탄발전과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질소계 비료는 대체 수단이 없습니다.

 


<그림 > 향후 핵심광물 가격 시나리오 (IMF)

 

에너지 위기는 우리나라까지 상륙했고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과 경제침체, 그리고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전례 없는 경제위기 앞에 놓여있습니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같은 위기에 향후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전환에 미증유의 재원을 투입했던 서방세계는 에너지 위기로 인한 가격급등을 막고자 다시 막대한 양의 돈을 풀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인상으로 인플레를 막으려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장기 인플레를 고착화시킬 수 있습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악재입니다.

 

이에 현 정부는 에너지위기 극복과 에너지안보 강화를 위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확대하는 것을 에너지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불확실한 세계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원전 확대를 넘어 전 세계 에너지 환경 흐름에 맞춰 국내 원자력계도 SMR 개발부터 설계, 건설, 운영 및 원전 연료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혁신과 성장을 이뤄야 합니다. 이에 더해 수소,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와의 융합, CF100(Carbon Free 100%)으로의 확장 등 원전을 토대로 다양한 산업·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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