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시설과 원리 : 제어봉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발생했을 경우 안전정지*에 필요한 기기들이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1초라도 빨리 제어봉을

낙하시켜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는 게

발전소 안전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정지 : 원자로에 이상이 감지되는 즉시, 모든 제어봉이 원자로 내에 신속히 삽입되어 핵연쇄반응을 정지시키는 것

위 멘트는 2023년 5월 12일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에서 열렸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기상청의 “원전 지진관측망 합동 현장점검”에서 모상영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이 한 말이었습니다. 이날 이전에 동해안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던 터라 관계 기관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대비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오늘은 원자력발전소가 지진 등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고 안전을 확보하는지, 그러한 안전장치 중 핵심시설인 제어봉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어봉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원자로의 핵분열 반응을 이해해야 합니다. 원자로에서는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가 중성자에 의해 분열되어 열을 생성하고, 이 열은 최종적으로 전기에너지로 치환되는데요. 보다 자세한 원리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3339511810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발생하면 2~3개의 중성자가 새로 생성되게 됩니다.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 반응 횟수가 2배, 4배, 8배 등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이를 핵연쇄반응(Nuclear Chain Reaction)이라고 하는데요. 핵연쇄반응이 일어나면 원자로의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게 됩니다. 때문에 핵분열 반응 횟수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제어봉으로 핵연쇄반응의 속도와 크기를 조절해주는 것입니다.



▲출처 : 위키백과

제어봉은 중성자를 흡수하기 쉬운 물질로 만들어집니다. 은, 붕소, 하프늄 등을 스테인리스강이나 알루미늄으로 감싸 봉 형태로 만든 것이 제어봉이며, 제어봉은 원자로의 노심*에 삽입되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제어봉이 원자로에 진입하면 중성자를 흡수하여 핵연쇄반응을 느리게 합니다. 반대로 꽂혀있던 제어봉을 원자로에서 빼내면 중성자 수가 증가하여 핵분열 반응이 가속화되는 원리입니다.

*노심 : 원자로에서 연료가 되는 핵분열성 물질과 감속재가 들어 있는 부분. 핵분열 연쇄 반응이 이루어지는 곳

제어봉은 중성자 흡수단면적이 커야 하고, 안정된 형상 및 시간에 따른 변형도가 작아야 하므로, 충분한 기계적 강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중성자와 감마선의 흡수로 열이 발생하므로 이 열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열전도 역시 좋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제어봉은 집합체 형태로 사용됩니다. 가압경수로(PWR)*의 경우 4개 또는 20개의 제어봉을 연결한 형태의 제어봉 집합체가 사용되며, 노심 상부를 통해 삽입됩니다. 비등경수로(BWR)*의 경우 원자로 상부에 증기분리기가 있기 때문에 제어봉 집합체는 하부에 있으며, 노심 하부를 통해 삽입됩니다. (우리나라 원전 대부분은 가압경수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가압경수로(PWR) : 끓지 않으면서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열이 고압에서 보관되는 물을 통해 핵심부에서 열 교환기로 운반되는 경수로.

*비등경수로(BWR) : 핵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 용기 속에서 냉각수를 끓여 직접 증기를 만드는 경수로. 화력 발전에서 증기를 발생시키는 방식과 같다.



원전은 원자로에 이상이 감지되는 즉시, 모든 제어봉이 원자로 내에 신속히 삽입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제어봉 일체가 원자로 내에 들어가 핵연쇄반응을 정지시키는 것이죠. 이를 ‘안전정지’라고도 부릅니다. 지진이 감지될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진감시 계측기는 동서(X축), 남북(Y축), 연직(Z축) 세 방향으로 발생하는 지반가속도를 기반으로 각각 측정되는데요. 6대의 계측기 중 대표 계측기의 측정값을 기준으로 지반가속도가 0.18g(규모 약 6.5의 지진)을 넘으면 주 제어실에 경보를 발령하고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킵니다. 바로 원전 지진 자동정지시스템(ASTS, Automatic Seismic Trip System)입니다. (ASTS는 안전을 고려해 발전소 설계 기준인 0.2g보다 낮은 0.18g에서 가동됩니다.)

▲출처 : 원자력안전위원회

ASTS가 작동해 전력공급이 차단되면 원자로가 있는 격납용기 안에서 제어봉을 잡고 있던 전자석도 즉시 정지됩니다. 전자석이 멈추면 바로 전자석에 붙어있던 제어봉이 원자로로 낙하하게 되죠. 낙하한 제어봉은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 연쇄반응을 서서히 정지시켜 노심이 녹아내리거나, 방사능이 유출되는 등 대형 사고를 방지합니다. 원전 안전에 가장 중요한 건 '냉각'인데요. 만약 제어봉이 제때 원자로에 삽입되지 못하면 지진에 의해 냉각장치가 고장이 난 상태로 핵분열이 계속될 수 있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은 원전의 핵분열·핵연쇄반응을 조절하며 원전의 열에너지를 적절히 발생하게 하고 원전의 안전을 지속하게 하는 원전의 주요 설비 중 하나인 제어봉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원자력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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