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마음, 이렇게 얻었죠! 핀란드 온칼로 고준위 방폐장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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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들은 꼭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을 갖춰야 합니다. 원전을 가동하고 난 후 생기는 사용후핵연료를 사람에게서 영구히 격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영구히 처분하는 기간은 최소 10만년 정도입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히 저장하는 장소가 고준위 방폐장입니다. 격리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적합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10만년 간 지형이 변하지 않는 곳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맞습니다. 지진이 나서도 안되며 지하수가 흘러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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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원전 선진국에서조차 고준위 방폐장 설치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1983년 고준위 방폐장 계획을 수립하고 18년이 지난 2001년에야 부지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1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고준위 방폐장을 착공할 수 있었습니다. 고준위 방폐장은 올킬루오토섬 원전 안에 지었는데요.

핀란드는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섬 지역에도 원전과 방폐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설문 조사에선 국민의 80%가 40년 이상 안전하게 운영돼 온 원자력 발전에 대해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스웨덴도 부지를 선정하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장소는 수도 스톡홀름 북쪽 150km 떨어진 외스탐마르 시 포르스마크 원전 인근으로 알려졌습니다. SKB라는 회사는 2011년에 정부에 허가 신청을 냈습니다. 2019년 한차례 보강해 2022년 1월말 허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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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는 방식을 ‘KBS-3’라고 부릅니다. 구리 저장용 용기에 사용후 핵연료를 담은 후 벤토나이트라는 물질로 채워 영구히 저장하는 방식인데요. 벤토나이트는 화산재가 풍화되면 생기는데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면 단단하게 굳는 성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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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고양이 화장실을 집안에 두는데 고양이 화장실 모래의 주 성분이 벤토나이트입니다. 고양이가 실례를 하면 벤토나이트가 단단히 뭉쳐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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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칼로 최종 처분장의 모습 (출처:POSIVA)

핀란드는 2025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올해 말에 고준위 방폐장이 완성되는 것인데요. 이름은 ‘온칼로’입니다. 온칼로는 핀란드어로 '숨겨진 장소','동굴'이란 뜻이에요. 온칼로는 큰 지각변동이 없는 18억 년 된 화강암 지층 450미터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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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 처분 모습 (출처:POSIVA)



온칼로를 건설하는 기업 포시바는 지속적으로 온칼로의 연구성과와 고준위 폐기물 처리의 안전성을 설명하고 주민들이 방폐장을 직접 방문하고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결과 부지 확정 당시 주민들의 75%가 동의했습니다. 꾸준한 소통으로 주민들의 이해를 충분히 구한 것인데요. 기업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 솔루션 개발을 장려하는 원자력 에너지법 등 핀란드 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신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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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성공은 프랑스와 미국의 실패와 대비됩니다. 프랑스는 북동부 뷔르에 고준위 방폐장 처리시설을 건립 중인데 주민 저항이 큽니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은 1999년부터 이곳에 고준위 폐기물 처리 연구시설을 운영했는데 나중에 고준위 방폐장을 짓겠다고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처음 약속과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장소도 평지에 있어 주민들의 반대가 더 심합니다.

미국도 1987년 유카산을 부지로 결정했지만 2010년 주민들이 반대해 결국 관련 예산이 삭감됐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해선 우선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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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온칼로를 건설하는 포시바(POSIVA)는 주민들에게 화강암인 온칼로 지반이 다음 빙하기까지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만약 지하수가 침투한다 해도 구리와 벤토나이트 외벽이 사용후 핵연료의 누출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포시바는 2025년부터 온칼로에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기 시작해 2120년 저장시설이 가득차면 구리용기를 벤토나이트로 봉인하고 온칼로 입구 터널을 봉쇄할 계획을 밝히며 주민들을 한번 더 안심시켰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반이 안정돼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암반의 대부분이 핀란드 온칼로와 같은 화강암이며 포항 인근에서는 벤토나이트가 산출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구리와 벤토나이트를 활용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보관 방법을 시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질조사와 정보의 투명한 공개, 주민의 신뢰를 획득해 한국판 온칼로, 고준위 방폐장이 하루 빨리 건설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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