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을 위한 새로운 기준, ‘녹지 않는 핵연료’란 무엇일까?

원전 수출을 위한 새로운 기준, ‘녹지 않는 핵연료’란 무엇일까?
 
최근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약 21조원 규모) 이후 13년 만에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은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건설하는 30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 사업입니다.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엘다바 원전 4기와 관련된 80여 개의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고 기자재 등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번 수주 이후 원전 및 관련 시스템 수출이 활성화되며 국내 원전 업계 생태계의 복원을 기대하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데 원전 수출과 관련하여 최근 새롭게 떠오른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핵연료 수출, 그중에서도 ‘녹지 않는 핵연료’ 수출입니다. EU택소노미의 친환경 원전 조건에 ‘2050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 사용’이 포함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안보가 중요해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재부상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녹지 않는 핵연료’ 는 과연 무엇일까요?
 
 
원전 안전성 높이는 ‘사고저항성 핵연료’ 의미
 
 
원자력발전소(가압경수로, 가압중수로)의 핵연료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 © 한국원자력연구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이 전 세계의 화두가 되면서, 핵연료의 경제성보다 안전성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전 세계 상용 원전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지르코늄(Zr) 합금으로 구성된 튜브를 피복재로 하고 내부는 이산화우라늄(UO2) 소결체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원전의 안전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녹지 않는 핵연료’, 정식 표현으로는 ‘사고저항성 핵연료’입니다.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기존 핵연료에 비해 원전을 정상적으로 운전하는 조건에서도 핵연료의 성능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향상되면서도, 노심을 냉각하는 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핵연료의 건전성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핵연료를 의미합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먼저 원전에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할 수 있도록 고온 수증기 산화에 저항성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핵연료를 감싸는 피복관의 성능을 높여 파손이나 열충격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핵연료 소결체의 성능을 개선해 핵분열 생성물의 외부 누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핵연료 분산 저항성을 높여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사고저항성 핵연료’가 있다면 사고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치명적인 원전의 노심 손상 및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차단하거나 지연할 수 있습니다. 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위험성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죠. 
 
 
안전한 원전을 위한 ‘사고저항성 핵연료’, 원전 수출 경쟁력 될 것
 
 
VHTR초고온가스로와 열교환기
피복입자연료 내부 단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인 초고온 가스로의 모델. 핵연료를 삼중피복으로 감싸 사고저항성을 높였습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프랑스 같은 원전 기술 보유 국가는 사고저항성 핵연료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원자력의 안전성을 높인 ‘초고온 가스로(VHTR, Very High Temperature Reactor)’를 개발했습니다. 초고온가스로는 핵연료로 피복입자핵연료, 냉각재로 헬륨(He), 감속재로 흑연(Graphite)를 사용하여 700에서 950도의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열중성자로입니다.
 
입자핵연료를 세라믹으로 다중코팅하기 때문에 1,600도에 이르는 고온에서도 핵분열로 나오는생성물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냉각재로 쓰는 헬륨은 물과 달리 방사되지 않는 물질이고, 작고 가벼워 공기 중에 누출되어도 잘 흩어지는 화학적으로 안정된 비활성기체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제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 가스로의 열에너지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또한 개발했습니다. 섭씨 700도 이상의 고열을 활용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였는데요, 일반적으로 수소를 얻으려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지만 초고온 가스로는 전기 대신 열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황이나 요오드 같은 촉매를 이용해 섭씨 900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물이 저절로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도록 만들어, 많은 수소를 경제성 있게 생산할 수 있고 녹지 않는 핵연료로서 안전성도 높습니다. 이렇게 초고온 가스로가 생산한 많은 양의 수소는 수소 자동차와 같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수주에 성공한 이집트 외에도 체코와 폴란드,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 등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패키지’ 원전 수출 전략을 수립하고 핵연료 수출도 다각화한다는 계획인데요, ‘사고저항성 핵연료’와 같은 기술 개발을 통해 K원전 수출길을 넓혀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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